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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Dec 26. 2024

노화에 보톡스보다 좋은 것 두 가지



인간은 40세 넘어가면 날마다 늙어간다고 한다.


아니 화장품 회사는 25세부터 늙기 시작한다고 광고하니 이래나 저래나 늙고 있는 셈이다.


인식도 못하고 살다가 언젠가부터 얼굴에 드러나는 흔적을 발견하게 되었다. 눈썹사이 미간 주름, 팔자주름이라는 불청객을 발견한 후 나도 보톡스를 맞아야 하나 고민하게 됐는데.


가족에게 얼굴을 들이밀어 보이며 이 불청객을 내쫓아야 하지 않나 호소했지만 별로 잘 보이지 않는다는 답만 돌아왔다.

아니, 세월이 땅을 파서 내 얼굴의 미관을 해치고 있는데 - 인간적으로 절경이라고까진 못하겠다- 어떻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할 수 있는가!


몸의 흉터, 콤플렉스를 가리려고 온갖 애를 쓰지만 사람들은 우리의 흉터에 관심이 없었다. 나 살기도 바쁜데, 누가 남의 흉터나 들여다보겠는가. 보더라도 어머, 이를 어째, 1초간 생각하고 지나가는 게 전부다.


이 이치를 떠올리며 보톡스 고민을 접었다. 세월이 다른 부위에도 땅을 파는 순간 또다시 고민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때에도 이 순간을 떠올리며 최대한 버틸 셈이다.

세월을 억지로 거스르려는 노력을 하다간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얼굴에서 관심을 돌리면 이번엔 점점 늘어나는 흰머리와 가늘어지는 모발이 걱정이다.

흰머리야 염색을 하면 된다지만 -그마저도 자주 하면 머리카락에 악영향을 끼친다- 가늘어지는 모발은 어쩔 수가 없다.

엄마들이 뽀글대는 파마를 했던 이유를 몸으로 느끼게 되는데. 엄마가 되면 갑자기 미적감각이 떨어져 버리는 게 아니라  빈약해지는 머리숱을 커버하려는 노력,  대처법이었던 것이다.


그 정도면 노화도 별거 아니네,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럴 리가 있나.

피부 탄력이 떨어져 윤기가 없어지는 건 당연지사, 똥배가 세력을 불리는 걸 보며 역시 지구에는 중력이 있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독서할 때도 이상하게 글자가 흐릿해져 보이고 쉬 피곤해져 안경점에 가면 "노안입니다!"하고 무심하게 판결을 내려준다. 시력이 얼마나 중요한데, 이쯤 되면 사형입니다, 소리 들은 것처럼 겁이 덜컥 난다.


내 몸에 변화가 오는 게 느껴지면 불안하고 겁이 난다. 그래서 피부과에 가고, 영양제 수십 알 챙겨 먹으면서 평소에 안 하던 짓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이 드는 입장에서 느낀 점은 다른  모든 일이 그러하지만 불안하다고  남에게 휩쓸려가다간 끝장이다.

남에게 좋다는 영양제가 내 몸에 맞다는 보장이 없잖은가.

제대로 된 영양제 처방을 받아서 먹든지 아니면 차라리 안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불안할 때 나와 같은 고민을 한 작가의 책을 찾아 읽고,

짧은 시간이나마 혼자 걷는 고독의 시간을 갖는 게 훨씬 더 도움 됐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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