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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철든 반백살이라 다행이야
고통이 없으면 우울해진다
by
선홍
Jan 3. 2025
운이 좋아 한량의 시기를 보냈던 적이 있었다.
호기롭게 퇴사하고 난 후, 임신시기 등등 바쁜 일상을 멈추고 잠시 자유롭게 유영했었다.
주머니에 돈도 있고 건강하니 하루는 좋아하는 서점 다녀오고, 다음 날은 카페 핫플가기, 다다음날은 좋아하는 친구 만나는 등 스트레스라곤 없었다.
돈만 많으면 이렇게 평생 놀고먹을 수 있을 텐데, 아쉽고 안타까웠다. 괴롭히는 상사도 가족도 없는 완벽한 일상이었다.
갑부지만 바쁠게 분명한 일론 머스크도 전혀 부럽지 않았다.
일부러 인테리어가 좋다는 만화카페까지 찾아가서 재밌는 만화책을 질리도록 읽고, 밤에는 맛있는 간식 먹으면서 1000피스 퍼즐을 맞추는 즐거움에 빠져있다가 문득 깨달았다.
계속 이렇게는 못살겠다고.
사람의 뇌는 쾌락조차 계속 반복되면 좋은 줄 모르게 된다.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장소를 가면 뭘 해, 행복조차 계속 반복되자 행복지수가 일본 환율처럼 내려가더니 올라올 줄 몰랐다
.
희한하게 더 이상 즐겁지 않고 되려 우울해졌는데.
못 믿겠지만 차라리 공부하기 싫은 시험에 도전해 성적 1점이라고 오르는 쾌감이 더 클 것 같았다.
아픈 가족 때문에 살 동기가 생기고
,
빚을 갚는데 온 힘을 쏟다가 다 갚고 나면 쓰러진다고 하던가.
'돌싱포맨'에서 가수 이상민이 빚 갚고 그런 기분을 느꼈다고 하자 그럼 30억 더 빌려라, 30년 더 살고 싶어 질 거라고 옆에서 우스갯소리를 했다.
스트레스, 고통 없는 삶이 완벽할 것 같지만 무균실에 갇혀 사는 마냥 활기도, 의욕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오래 살고 싶으면 오히려 고통을 적극적으로 껴안아야 한다.
부잣집 부인들이 시골에서 매일 노동하는 할머니보다 우울증이 많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나이 먹을수록 저항력이 떨어지는지 자꾸 고통을 피하려고 든다. 스트레스 주는 일 하기 싫고, 그런 사람 피하게 된다.
그리하여 결국 편협한 어른으로 자라게 되는 거 아닐까.
미루고 미루던 약속을 오늘 잡아본다.
솔직히 추워서 나가기 귀찮지만 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또 하나의 모르던 세계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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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서 기획 PD 로 오랫동안 활동했습니다. 퇴사 후 글짓고 밥짓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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