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름 아침의 일본다방

by 선홍
타마고샌드&커피


'대한'도 지난 겨울의 하반기, 이상하게 자꾸만 떠오르는 일본의 카페가 있다.


23년도의 뜨겁던 여름, 우리나라보다 덥기로 유명한 도쿄의 7월이었다. 더위보다 얼어 죽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는 '더위시러족'인데 어쩌다 보니 한여름에만 여행을 다니게 되었다.


딸과 단둘이 '긴자'에 숙소를 잡은 뒤 다음날 근처에 있는 카페로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아침이었지만 역시나 더웠고, 빌딩 그늘 사이로 요리조리 이동했는데.

예쁘고 핫한 곳 말고 종로나 을지로에 있을 법한 오래된 빌딩 속, 위로는 회사들, 지하에는 각종 상가들이 입점되어 있는 그런 곳이었다.


나는 오래된 빌딩이 풍기는 육중함과 진지함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 빌딩 안에 있는 오래된 식당을 찾아가길 좋아한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타일로 된 바닥이라든가 특유의 서늘한 공기가 시원하다.


평일에는 회사원들이 득실거리고, 쌍화차 향이 날 것 같은 빌딩 복도를 굽이굽이 걸어가니 그날의 목표점이 나타났다. 대로변에 있는 것도, 화려한 인테리어도 아닌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다방 같은 곳.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입구에 신문 읽는 어르신이 있는 것 같은 낡고 작은 공간이었다.


일본어 메뉴가 귀엽게 적힌 벽을 구경하고 있으니 바지런한 아저씨분이 다가와 주문을 받았다.

크기가 앙증맞은 타마고 샌드와 커피는 순식간에 입안에서 녹아 사라져 버렸다. 아침부터 식욕이 막 돌아 '커피젤리'란 것도 시켜봤다. 윽, 너무 쓰고 물컹한 젤리와 생크림의 만남은 부풀어 오르던 식욕을 가라앉혀버렸는데.

여행지에선 메뉴선정에 실패해도 뭐가 그리 신나, 큭큭 웃어넘기게 된다.


제목도 알 수 없는 일본노래가 흘러나오는 노란 조명과 낡은 테이블이 인상적인 일본의 다방에서 첫끼를 열었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는 역시나 기분 좋게 끝났던 것 같다.


일본의 다방, 일명 '킷사텐'의 추억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일본 오면 꼭 찾아가고 싶은 곳의 대명사가 되었다.

아예 킷사텐만 찾아다니는 여행은 어떨까,

여행은 몰랐던 곳을 알게 해 주고, 새로운 꿈으로 이어진다.


여행 가면 배로 즐거워지는 레트로한 체험을 한 번쯤 해보시길 추천드리는 바이올시다.


커피젤리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