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카페로 출근하다시피 한 지 벌써 십 년이 지났어.
무거운 노트북을 메고 다니느라 어깨 통증은 갈수록 심해지지만, 엄마는 집에선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더라.
생각해 봐, 아침에 눈곱도 제대로 못 뗀 채 가족들 아침을 차려야 하잖아.
식사준비를 하면 이런저런 쓰레기가 나오기 마련이고, 분리수거, 음식쓰레기를 치우다 보면 세탁기 주변에 가득한 세탁물이 보인다고.
에휴, 집안일은 하기 싫지만 조금씩 치워둬야 구르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걸 막을 수가 있어.
빨래를 돌리는데 이번엔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들이 보이네? 찍찍이테이프로 하나하나 찍어나가다가 드는 생각이 '이러다 집에 갇혀서 못 나가겠구나' 하는 거야.
집청소에 무심한 나도 이런데 제대로 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겠니.
바쁜 워킹맘 시절엔 청소는 무슨, 주말이나 돼야 좀 치울 수 있었거든. 먼지가 눈에 들어와도 '토토로'에 나오는 '동글이 검댕먼지'를 보듯 귀엽게 감상할 수 있는 내공을 키웠단다.
집안일이 참 어이가 없는 게 한 티는 안나도 안 한 티는 확 난다는 거야.
마치 인생처럼 글쓰기, 운동도 규칙적으로 한다고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안 하면 문제가 생겨.
꾸준히 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 꾸준히 하는 사람이 결국 성공하나 봐.
나는 '나'를 지키려고 애써왔고, 엄마가 됐어도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싶지 않았어. 나중에 악랄한 빚쟁이처럼 널 위해 희생한 시간에 대한 보상을 하라고 날뛰면 어쩔 거냐.
네 인생이 있듯 엄마의 인생도 있어. 둘을 하나로 혼동하다가 나락 갈 수도 있으니깐.
엄마 나이쯤 되면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사라져.
팀장, 누구 엄마, 여보 등등으로 불릴 뿐 이름이 불릴 일이 없더라. 남은 인생에 사회적인 역할만 남아있을 뿐이라면 얼마나 슬프겠냐.
나를 지키기 위해서 오늘도 카페로 나간다.
날 위해 온전히 몇 시간 집중하고 나면 우울증 따위가 뭐람. 그러니 엄마가 끼니를 못 챙겨주고 나갈 때가 있더라도 이해해 주라. 허심탄회하게 고민도 나누면서 같이 잘 살자.
서로의 인생에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