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보여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거,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뿐이에요.
갑자기 급똥이 마려운 것처럼 특정 영화가 마려워 '카모메식당'을 봤다. (더러운 비유 죄송...)
평소에는 도파민 뿜뿜 하는 콘텐츠를 즐기지만 자극에 지쳐 웰빙음식을 찾는 것처럼 밋밋하고 심심한 일본영화가 생각나는 것인데.
오랜만에 다시 본 '카모메식당'은 역시나 심심하다가 가끔 '큭'거리다가 -큭큭도 아닌- 저거 먹어보고 싶다, 로 끝났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시나몬롤'빵에 꽂혀버려 서울시내 시나몬롤 맛집을 폭풍검색했는데.
그리하야 평소에는 가지도 않는 용산에 당도한 것이렷다.
'카모메식당'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눈감고 세계지도를 찍었는데 핀란드였다, 까진 어렵겠지만 용산 정도라면 가능하잖아.
오래전에 북유럽을 여행하고 온 적이 있었지만 시나몬롤을 흔하게 본 적이 없었다. 영화 때문에 핀란드 하면 시나몬롤이지, 하는 심정으로 카페에 들어섰는데.
겹겹이 계피와 설탕이 뿌려진 달달한 시나몬롤은 기대보다 평이한 맛이었지만 영화처럼 버터냄새 풍기는 갓 구운 빵을 먹지 않아서 그런 거야, 생각하며 옴뇸뇸 맛있게 먹어치웠다.
핀란드에 일식당을 차렸지만 손님이 아무도 없자 여주인공은 매일 열심히 준비하다 보면 언젠가 손님이 올 거라고 믿었다.
그녀가 고집했던 일본소울푸드인 오니기리가 아니라 시나몬롤빵을 굽자 냄새에 이끌린 핀란드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내 것만 맞다고 고집할게 아니라 작가라면 읽는 사람을 생각해야 하는 것처럼 변화를 준 것이다.
핀란드사람이 처음엔 익숙한 빵냄새에 끌려들어 왔다가 새로운 음식인 '오니기리'도 시도하게 될 것은 자명해 보였다.
소통과 연대의 감동이 들이대지 않는 담백한 영화처럼 스며들었다.
사는 일은 여전히 내 맘 같지 않지만 원하는 빵 하나정도는 사 먹을 수 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작은 행복이 존재하는 걸 입안 가득 느낄 수 있어서 기뻤다.
"스너프킨이 리틀마이와 형제지간이래요. 비록 아빠가 다르지만 그들은 반쯤 형제지간이래요... 정말 알 수 없는 세상이라니까요."
'토베 얀손'의 동화 <즐거운 무민가족>에 나오는 캐릭터를 두고 뜬금없이 말하는 등장인물의 말처럼 나이를 먹어도 세상에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이 많다.
여전히 알고 싶은 것도 많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