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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부릴수록 망했던 기억

by 선홍


점심시간, 집과 가까운 대학가 앞은 피해 다닌다.

밥 먹으러 나온 대학생들의 물결, 학생들 풍년으로 걷기도 쉽지 않기 때문인데.


목적지였던 카페가 문을 닫은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대학 중심가를 연어처럼 거꾸로 거슬러가는 바람에 완전 녹초가 되고 말았다.


살 에는 추위의 기억이 생생한데, 조금 걸었다고 벌써 더위가 느껴지다니.

대학생들도 교복을 입는 것처럼 패션이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재밌다. 어두운 색의 '과잠'을 입고, 어두운 색의 하의를 입은.


이젠 기억도 희미해진 내 대학생 때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지금은 얌전하게, 멋있게 말하면 '꾸안꾸패션'이고, 달리 말하면 대충 입고 다니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튈수 있을까, 경상도 말로 '깔롱'을 부릴까 고민했었다. 지금 유행하는 Y2K패션이 그 시절에도 유행이었는데.

청바지 밑단 찢느라 입시공부하듯 열중했었던 기억... 다들 있지 않은가. (저만 그랬다고요?)


지금 생각하면 청춘만으로도 예쁘고 빛이 나던 시기였는데 왜 쓸데없이 꾸몄을까 싶다.

인스타용 과하게 꾸민 음식이 먹어보면 별로인 것처럼 욕심부려서 더 별로였던 것 같다.

컴플렉스를 과한 치장으로 가리고 싶어했던.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고, 친구들에게 멋있다는 소릴 듣고 싶었던 욕심들.


지금처럼 내 몸 편하고, 단정하게 입었다면 오히려 더 이성에게 인기가 많았을 것이다.


욕심부려서 좋은 결과가 별로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대학교 안 학생회관 카페에 앉아 드로잉 일기를 쓰면서 생각한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고.


드로잉 일기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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