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완 달리 엄마는 자신에게 참으로 야박한 편이다. 남에겐 공감도 잘하고, 잘되는데 왜 나에겐 그러지 못할까.
자신만만하게 결정한 것처럼 보여도 정말 잘한 일인지, 더 잘할 순 없었는지 자꾸 묻고 자책하거든.
'라떼'의 경상도 부모님은 자식을 위해 칭찬보다 질책 카드를 많이 썼었고, 부모님의 부모님들은 아마도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자식에게 지나치게 '오구구, 잘했다'하는 것도 버릇없는 공주, 왕자를 키워낼 수 있으니 완급조절하는 일은 이리도 어렵기만 하다.
진로를 위해 자기 자신만큼 고민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너도 알다시피 엄마가 20대 때 부산에는 영화사가 없어서 서울에 있는 영화사에서 취업제안을 받았을 때, 대학을 중퇴해야 해서 머리털이 다 빠질 만큼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어. 그때 과장을 좀 보태서 100명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지만 영화사에 취업하겠다는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단 한 명도.
주변 사람들은 특히 부모님은 내가 안전하길 걱정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위험한 도전을 하겠다는 자식을 응원해주기가 쉽지 않아.
내가 부모가 된 지금, 나도 네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응원해줄 수 있을까. 이번에 네가 대학 입학할 때, 취업이 잘되지만 가고 싶지 않은 과와 취업은 어렵지만 해보고 싶은 과를 놓고 많이 고민했잖니. 솔직히 취업이 잘되는 안전한 과를 선택하길 바라게 되더라. 나처럼 엔터업계에 들어가서 고생하지 말고.
부모님들의 걱정을 헤아려 말 잘 듣기만 했다면 예수님이나 부처님 같은 성인이 나올 수 있었을까. 특히나 부처님은 아버지가 한나라의 왕이었으니 가만있어도 부귀영화를 누릴 판에 노숙자 같은 삶을 살겠다고 하니 아버지 입장에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을 것이다.
그렇다고 엄마 말 무시하고 무조건 너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얘긴 아니다. 흠흠. 너만큼 너에 대해 고민할 사람은 없으니 엄마를 주요 조언자 중 한 명으로 생각하고 잘 활용하란 얘기.
이야기가 옆길로 좀 샜다. 주변의 무조건적인 지지란 생각보다 불가능한 일이고, 우린 부모로부터, 학교, 직장에서 무수한 지적질을 당하며 산다. 엄마처럼 어릴 때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자란 경우, 세상에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스스로를 긍정하는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 참 어려워. 남 얘기엔 그렇게 편을 잘 들어주면서 정작 자신의 편은 들어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을 잘 끝내도 항상 부족한 느낌이 들고, 시원하기보다 불안한 감정을 느끼게 돼. 좋아도 좋은 줄 모르고 끊임없이 스트레스가 베이스로 깔린 삶을 사는 기분이랄까.
내가 그런 성향이 있는 것도 이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기 시작했어. 그동안 부족했던 칭찬을 해줄 부모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편 또한 논리적, 이성적인 성향이기에 '셀프칭찬'을 해주기 시작했어. 아무도 안 볼 땐 내 머리를 내가 쓰다듬어 주기까지 하면서. 이왕이면 '잘했어, 수고했다'라고 입 밖으로 말을 뱉는 게 더 효과가 좋다.
나에게 관대하지 못한 사람이 진정으로 남에게 관대할 수 있을까. 한 방울의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스스로를 계속 아껴주다 보면 언젠가 내 마음의 정원에 꽃이 가득 피는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