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있었을 때 불편한 점이 참 많았습니다.
그에 비례해 좋은 점도 있었는데, 내향형 며느리인 저는 특히 가족모임, 제사, 졸업식 등등의 행사가 없는 점이 너무 좋았어요.
문제는 시댁 분위기가 모임을 좋아한다는 점이죠. 모이면 밀집도가 항상 포화상태라 그 속에 있으면 기가 쫙쫙 빨려나가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가 모토이기에 그럴 때 되려 열심히 떠듭니다. 그러고 돌아오면 눈은 충혈되고, 목은 쉬고, 땀을 잔뜩 흘려 지친 상태가 되고 말죠.
시어머니가 회를 쏜다고 하셔서 급모임이 결성되었습니다. 회 좋아하죠. 하지만 청량리수산시장에서 회를 떠 와 좁은 공간에 열 명이 붙어 앉아 먹을 생각을 하니 허리디스크가 도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날도 추운데 차가운 회라니... 그렇잖아도 시댁모임 많은데 굳이 만나야 했나....'
그래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아닌 게 어디야, 얻어먹는 주제에,라고 위로하며 시댁으로 향했습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수많은 신발이 우릴 반기네요. 거실은 이미 포화상태, 소파에 엉덩이 끼울 데가 없어 엉거주춤하게 선 상태로 수다를 떱니다.
머리와 입이 따로 노는 듯, 생각과 달리 입이 제 맘대로 나불댑니다. 처음엔 어색해서, 나중엔 오디오 끊기는 꼴을 못 보겠단 심정으로요.
배가 점점 고파지는데 회센터에 손님이 많아 포장하러 간 사람들이 오질 않아요. 다들 배고파 불평들을 늘어놓더니 포장이 도착하자 추운데 고생 많았다, 수고했다는 말만 쏟아붓습니다. 눈치가 있어야 한 숟갈이라도 더 얻어먹는 법.
상이 모자라니 그냥 바닥에 펼쳐놓고 먹자고 합니다.
'윽, 명치에 음식이 얹힐 것 같은데...'
그래도 자리가 좁아 상까지 펼칩니다. 옹기종기, 다닥다닥... 날 때부터 핵가족의 삶을 살아온 제겐 쉽지 않은 공간감이네요.
아주버니, 동서의 아들, 내 딸, 형님들 사이에 끼어 배고파서 회를 흡입하기 시작했죠. 다들 서로의 체온과 한잔 술에 얼굴이 벌겋게 익어가고, 물회, 매운탕까지 후루룩 쩝쩝대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웁니다.
그릇도 모자라고, 먹고 싶은 음식에 손은 안 닿는데, 이상하게도 맛있습니다. 맛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한마디 하더라고요.
"이런 게 행복이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장도 안 지우고 침대에 대자로 뻗었습니다. 오늘 하루 치의 사회성을 모두 소진했다는 느낌.
하지만 식탁 위에 툭 던져진 누룽지 봉지와 사과들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납니다. 손 큰 사위분이 사 온 먹거리를 나눠 담느라 나갈 때까지 야단법석이었죠.
2주 후에 또 가족모임이 있습니다.
분명 가기 귀찮다고 툴툴대겠지만, 결국엔 그 좁은 거실에 내 엉덩이 한 짝을 구겨 넣고 있을 게 뻔합니다.
이런 시간도 시어머님이 돌아가시면 사라져 버릴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되겠죠. 살아보니 지드래곤처럼 영원한 건 없더라고요.
이중적인 며느리의 하루, 오늘도 하얗게 불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