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된다’는 말은 너무 무자비해

by 선홍


하면된다, 된다고 믿으면 이루어질 것이라 오랜시간 믿어왔다. 과연... 그러할까?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영화사의 기획pd일을 그만뒀을 때, 될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쓰고 싶은 작품의 아아디어가 떠오르면 시나리오로 어떻게 해서든 완성해냈다. 그런 후에 고치고, 또 고쳤다. 얼마나 많은 수정을 거치는지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지경인데.


다시 쓰다시피하는 수정작업까지 거치면서도 작품이 영화화될거라 믿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몇 년간 노력해서 쓴 글이 휴지조각이 되는 경험을 여러번 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월급없이 못 살걸로 믿었던 내가 글쓰는 실력이 향상되는 걸 즐거움으로 삼아 버텼을 때, 버티는 것 자체가 재능이구나 싶었다. 지금껏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잘 풀려온 과거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밝고 코믹한 드라마가 어울린다는 주변의 충고보다 내가 쓰고 싶은 장르, 스릴러 위주로만 썼다. 하면 된다고 믿었으니까.


기간이 5년이 넘어가고, 10년이 가까워지자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안될수도 있다고 한번만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글쓰는 즐거움은 소설에도, 에세이에도, 웹소설에도 있는 것인데, 스릴러 시나리오로만 데뷔하려고 했다. 하면 되니까, 눈가리개를 한 말처럼 한길로만 내달렸다. 업계 동료들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심도 컸었다.

안됐을 경우를 떠올려봤다면 나에게 더 잘맞는 분야를 찾아 다른 글도 써봤을텐데. 그 정도 인내심과 집념이라면 뭐라도 해내지 않았을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쓴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빅매직>이란 책을 보면 일상에 찾아오는 창조성의 순간, '빅매직'이 매달리고 열심히 한다고 오는게 아니라한다. "영감'은 내버려두거나 모른척 무시하면 찾아오는 변덕스런 애인과도 같았다. 하면 된다의 세계와는 맞지않는.


사실 하면 안됐을 때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자존심이 상하고, 시간과 돈을 날려버린 기분이 들어 허탈하다. 하지만 무조건 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 도피가 아닐까 한다. 내가 그러했으니까.


시간은 한정된 자산이니 타이밍이 됐을 때 '안 될 경우'를 떠올려보고 대비를 고민해보는 시간은 필요하다. 반백살쯤 되어보니 '하면 된다'는 주문만으론 안되는 일을 종종 겪는다. 현실을 직시해야 할때는 하면서 인생길 걷기. 우리 같이 노력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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