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은 대체 어디서 솟았다가 어디로 사라져 버리는 걸까.
그 사람을 보지 않으면 미칠 것 같고, 그 사람이 웃으면 나도 웃고, 그 사람이 찌푸리면 나도 어두워지는 그 마음.
짝사랑도 제법 해봤었지. 평소엔 게으름뱅이지만 좋아하는 사람 얼굴 한번 보겠다고 폭염경고가 내려진 날에도, 폭설이 매섭게 퍼붓는 날에도 차려입고 길을 나섰어. 인사만 나누는 사이였음에도 그 인사 한번 주고받겠다고 말이야.
상대가 의미 없이 건넨 말에 무대 조명이 팍 켜진 것처럼 주위가 환해지는 느낌 받은 적, 아직 없겠지.
네가 좋아하는 아이돌 오빠들 공연 한번 보겠다고 pc방 가서 예약하고, 어렵게 성공한 후에 먼 공연장까지 찾아가 하루 종일 서 있다 오는 그 정성, 지켜보는 입장에서 타박을 주긴 했지만 그것도 일종의 사랑이고 애정이겠다.
들인 노력 대비 아무런 성과도 없는, 평소엔 그렇게 가성비를 따지면서도 사랑이란 감정 앞에선 무력해지더라.
나쁜 사기꾼 놈들이 여자들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해 돈을 뜯어가는 사건을 볼 때마다 바보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만큼 무장 해제되고 만다는 뜻이겠지. 똑똑한 것과 상관없이 누구나 그런 감정을 교통사고처럼 맞을 수도 있으니 남의 불행을 비웃지 말자.
평소에 먼지 낀 흑백 세상에서 외롭게 살아가다가 사랑을 만나면 오감이 달라지고, 세상이 컬러풀하게 다가온다.
노래 가사가 갑자기 가슴에 콱 박히고, 상대가 좋아하는 음식이 최애 음식이 되며 조금이라도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평소에 안 하던 화장에 공을 들이는 시간들.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혼자 고통받다 보면 내 마음속에 이렇게 다양한 감정들이 숨어 있었나 놀라게 돼. 내가 모르던 나 자신을 만나게 해주는 경험이라니 참 소중하지 않니?
문제는 상대도 날 좋아하면 해피엔딩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뇌파가 아마도 비정상적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도 저 사람의 손을 잡을 수 있는 관계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앞서버려 소유욕으로 변질되면 스토커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니까 상대도 날 좋아하길 강요하는 것은 원하는 장난감을 달라고 우는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다. 내 감정이 소중하면 싫다는 상대의 감정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하는데 못 배운 어린애처럼 구는 성인들이 꽤 있더라.
좋아하는 감정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서둘러 관계를 정리하게 되면 그 불씨가 남아 또다시 타오를 수 있어. 연인에서 헤어진 사람들이 친구관계로 만나는 것은 아직 그 불씨가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친구관계로 남은 상대에게 더욱 실망하고 더욱 짜증 나고 질투하길 반복하다 보면 내가 이래서 헤어졌었지, 얘가 이런 문제가 있었지 하고 '현타' 오는 순간이 있어. 만정이 떨어지는 기분, 그 순간에 딱 정리하면 좋아.
연인이었던 상대와는 친구 관계로 만남을 유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지만
사랑? 그런 광기 따위 겪지 않았으면 좋겠네, 싶겠지만 안전한 흑백 세상에서만 살다 가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니? 몰랐던 자신을 만나는 기회, 오감만족 컬러풀한 세상을 만나게 될 경험 앞에서 망설이며 계산만 하고 있지 않길 바란다. 노래 가사처럼 '아픔만큼 성숙'해지길, 경험을 통해 사람 보는 눈도 키워가길 빌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