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좋은 소식 듣기 어려운 요즘이다.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금리인상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지긋지긋한 코로나 시대는 끝나는 줄 알았더니 또다시 새로운 변이가 나와 감염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주식, 코인, 부동산 시장 등도 하락세라 영끌족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고.
가족이 있다면 집 한 채 정도 마련하기 위해 주택담보 대출이나 자식의 학자금 대출 같은, 빚이 없는 세대를 찾기 어렵다. 거기에 경기침체로 인한 실직, 가족 구성원이 아프기까지 한다면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그런 문제들로부터 나 또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고민들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털어놓아봤자 해결될 방법이 전혀 없어 스트레스를 겪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앞길이 막막하게 느껴지던 어느 날, 지인을 따라 타로카드 점집에 들어갔다. 그날 너무 재미있어서 이후에도 어쩌다 한 번씩 가게 되었는데.
남에게 해코지하면서 살지 않았기에 결과가 나쁘게 나올 리 없다는 '근자감'이 있었고, 기대했던 대로 잘될 거란 희망찬 예언(?)을 듣고 나오면 가라앉았던 기분이 다시 부풀어 올랐다. 그래, 포기하지 말고 버티자, 잘 풀릴 거니까.
진정한 '만원의 행복'이 이런 건가 싶었다, 심리상담과는 비교가 안 되는 가격으로 마음에 품고 있던 불안감이 해소되었으니까. 문제는 그 기분이 오래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쓰고 작품이 계약이 될 것인지, 배우자의 일은 잘 풀릴 것인지, 자식들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지 등등 혼자 산다면 전혀 궁금하지 않을 질문들이 넘쳐났다.
중독이란 그런 것이지, 스트레스가 사르르 녹아내리며 행복한 기분까지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면 또다시 찾고 싶어 진다.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타로점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느끼고 이건 아니지, 각성하는 순간이 왔다
반백살이 되어 좋은 점은 지난 시간 동안 이런저런 중독에 휘말렸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알아챔'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나의 나약함이 중독되게 만든다는 것을 잘 알기에 타로점으로 물어보고 싶은 게 생겨도 진정으로, 꼭, 절대적으로 알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기분전환 삼아 봐야지, 확실치 않은 점에 기대어 인생을 산다면 점쟁이에게 매일 전화해서 그날 입고 나갈 옷 색깔까지 물어보는 인간이 될지도 모르기에. 사소한 것 하나까지 남에게 물어봐야 매일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이라면 너무 한심하지 않니.
타로점을 보고 난 후 기록을 해뒀으므로 나중에 맞춰보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다. 반반의 확률이라면 아는 지인에게 물어봐도 맞출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가 하는 말이라 더 신뢰가 갔고, 무엇보다 재밌었다. 중독되지 않도록 유의한다면 타로점만큼 간편하게 힐링하는 것도 없다.
그림 보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타로 카드 그림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결국 타로 카드를 사서 소장하게 되었는데, 카드는 총 78장, 메이저카드 22장과 마이너 카드 56장으로 구성된다. 타로 카드가 재미있는 점은 하나의 카드에 반대되는 해석이 가능한 카드가 많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그림의 'tower'카드는 불운을 뜻하기도 하지만 질질 끈 관계가 끝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죽음을 뜻하는 'death'카드는 최악의 상황에서 올라갈 일만 남은 것을 뜻하기도 하고.
카드 해석을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 어떤 카드를 고를까, 설레는 그 순간 또한 매력이다. 내가 고른 것에 따른 결과라니, 무작위긴 하지만 내가 내린 결정에 책임지는 느낌도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의 관심사에 따라가야 하니 대학가 주변의 타로점집에는 연애운을 보는 사람이 많아 보였다. 오피스 건물이 많은 지역이라면 이직이나 승진에 관한 질문들을 많이 할 것이다. 홍대에는 아이돌 가수나 연예인을 좋아하는 일명 '빠순이'들을 위한 타로점 집도 있다고 들었는데.
인공지능, 메타버스니 하는 것이 일상으로 다가오는 시대에 사람들은 더욱 외롭고 불안해진 것 같다. 신점, 사주, 타로 같은 운명학 관련된 곳이 엄청나게 성업 중이라고 하는 걸 보면.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조상들이 속앓이 할 때 무당을 찾았던 것처럼 요즘 세대들이 부담 없이 타로나 사주를 보는 걸 보면 신기하단 생각이 든다. 아마도 카페처럼 차려놓은 가게 분위기도 접근성을 높이는데 한 몫하지 않았을까.
미래에 대한 불안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 고통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편견 없이 다가가 보길 바란다. 몸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고, 정신과든 점집이든 정신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수단을 찾아보길. 이왕이면 본인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쪽이면 좋겠다.
내 몸의 주인은 '나'이기에 중독이 되어 휩쓸리지 않도록 유의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