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이 긍정의 힘보다 더 세다

by 선홍


긍정적으로 사고해라... 긍정의 힘, 긍정이 불러일으킨 기적 등등 긍정적인 생각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말해주는 책과 증거들이 차고 넘친다.


나 역시 '내추럴 본 긍정주의'성향이라 살면서 얻은 이득이 많다.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면서 좌절하고 스트레스받을 일이 얼마나 많았겠니.


바늘구멍 같은 대학 입시, 취직, 결혼, 출산, 직장생활 등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라떼'엔 요즘 대학생들처럼 복수 전공하는 것이 일반이 될 정도로 대학 때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취직할 시기가 IMF 직후였기에 나 역시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남들이 하지 말라고 말리는 일도 꽂히면 도전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버텼다. 실없는 농담을 일삼으며 최대한 즐겁게 살려고 노력했다.


긍정적인 사고는 마치 '알라딘'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2,30대에 원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줬다. 거창한 꿈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


그러다 40대에 들어서니 긍정적인 사고만으론 안 되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 실직, 도전 실패 등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났어.

일이 잘 풀리질 않자 화가 나고 우울해진 난 긍정은 무슨, 사람도 만나기 싫어졌고, 남 탓과 불평불만을 일삼았다. 머리로는 아닌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시간을 사는 동안 점점 무기력해지고 말았어.


때론 그런 시간도 약이 되나 봐. 침체의 늪에 빠진 날 일으켜 세우기 위해 본능이 더운 여름날인데도 걷게 만들더라 알다시피 난 운동을 무척 싫어하잖아.

밤마다 힘들게 걷다가 조금씩 뛰기 시작했고,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땀을 흠뻑 흘리는 동안 신기하게 몸은 물론 정신에도 근육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감사함이 솟구쳐 올라왔지. 여전히 안 풀리는 상황인데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여름밤 흘린 땀만큼 스트레스가 배출되었는지, 대지에 가득한 풀냄새 때문인지.


긍정의 힘으로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착각 속에 살았지만 40대에 들어서니까 흰머리도 늘고, 팔자주름도 생길 뿐 아니라 엉덩이도 처진다. 달라진 몸의 변화 때문에 우울했는데, 뛸 수 있는 무릎을 갖고 있는 것이 갑자기 얼마나 감사하던지. 아직은 귀도 싱싱해 이어폰으로 음악도 들을 수 있고 말이다.


주변 어르신들은 무릎이 안 아픈 분들이 없어 절뚝거리며 무릎 수술하는 것이 최대 고민이거든. '오늘이 나의 가장 젊은 날'이란 말이 팍 꽂히는 순간이었어.


감사일기를 쓰면 인생이 변화한다는 말에 써본 적이 있었다. 매일 쓰려다 보니 억지로 감사함을 찾아내는 기분이 들어 쓰다 말았는데, 과거의 그 시도 덕분에 이런 순간을 만나게 된 건지도 몰라.


경제적 문제 등으로 여전히 안 풀리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감사한 생각이 드니 잔소리가 줄고 농담이 늘더라. 말라버린 우물에 서서히 물이 차오르는 기분이랄까.

시간이 흐르고 나면 감사하는 마음을 맞은 후 어떤 변화들이 생길지 알게 되겠지. 신기한 것은 조급함도 줄어들었다는 점이야.

나이 들수록 질병, 이별과 재정난에 처해질 일이 많아진다.

70세가 넘으면 안 아픈 사람이 없다는데, 그때는 살아있음에 감사하려고 한다.

90세가 넘으면 덤으로 얻은 날들에 감사하고, 귀천할 때가 오면 영원히 쉴 수 있음에 감사하려고 노력하겠다.


윤회사상을 보면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도 전생의 덕이 많아야 가능하다더라. 인간으로 사는 거, 이왕이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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