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소원했지? 이사하느라 많이 바빴어.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이사인 거 너도 알잖아.
서울 살면서 부동산으로 돈 벌려면 이사는 필수인데 이러니 큰돈을 벌겠느냔 말이다. 암튼.
새해가 되자마자 이사를 했다. 부동산 거품이 꺼져 집도 안 팔리는 시기에. 이러니 큰돈을 벌... 에휴, 관두자, 관둬.
이사를 앞두고 가장 힘들고 경악스러웠던 점 때문에 이 글을 쓴다.
구석구석에 쌓여있던 박스들, 한때는 소중하다 생각해 보관했으나 결국엔 쓰레기 신세가 된 추억들을 하나, 둘... 열하나, 열둘 꺼내며 망연자실했다.
책의 일부분초등학교 때 쓴 일기부터, 여고시절 받았던 연애편지, 회사생활 때 받았던 명함더미, 사진더미, 너희들 육아기록 등등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이 쌓을 수 있다는 게 경이로울 지경이었어.
추억이 새록새록하기도 했지만 먼지를 뒤집어쓰며 재활용이 되나 안되나를 분류하다 보니 점점 지치고 짜증이 났다.
카세트테이프 -서태지와 아이들내가 뭐 유명인이 된다면 기록 하나하나가 가치 있는 물건이 되어 박물관으로나마 간다 치지만 이건 쓰레기가 되어 비싼 자리값을 차지하고 있었던 게야.
더욱 경이로운 점은 쌓아온 책이 공간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었고, 카세트 테이프(넌 본 적도 없지?), 비디오테이프, 시디, 수동카메라까지... 근현대생활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물건들이 그야말로 한가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수성 풍부하던 시기에 들었던 음악, 영화, 책 등은 함부로 못 버리겠더라.
사진필름등급분류 심사위원이라도 된 양 엄격하게 물건들을 버렸지만 반 정도는 고스란히 새 집으로 데려갔어.
이제 물건 하나 보관할 때 신중하게 들일지말지 생각하게 됐어. 동시에 소비도 신중하게 해야겠다. 이사하는데 물건 때문에 몸살을 앓는 일은 너무 어리석잖아.
어차피 지구별 떠날 땐 맨몸일 텐데 각자 자꾸 쌓다간 지구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꺼져버리지 않을까? (그래서 지진이 잦아지는 거 아닐까... 헛소리 그만하라고?)
버리는 데도 몇 십만 원 돈이 드는 데다 옮기고 태우는 비용 등등 환경에도 도움 될 턱이 없겠지.
이사가 아니더라도 버리는 날을 정해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집이 넓어지고, 환풍이 잘 되어 좋은 기운이 들어올 거야. 풍수지리를 몰라도 전문가들이 동의할 거다.
반성 많이 했고, 또 쌓고 사는지 아닌지 잘 감시해 주라.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