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이었다.
6월 초라 에어컨을 안 틀어도 괜찮은 오전의 더위속에 남편이 돌리는 믹서기 소리만 윙윙 들리는.
어머, 드라마 속 한 장면같다고?
사실은... 속으로 이미 남편에게 서운한 상태였다. 그 이유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남편의 등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싸운 거냐고 묻는 당신, 결혼 초보자입니다.
그냥 일어나 보니 남편은 애착의자가 된 안마의자에서 반쯤 잠들어있었기에 잠 깨우기 안쓰러워 눈 마주칠 타이밍을 계속 놓쳤던 것 뿐인데.
부부사이란 참 신기한 것이 아무렇지 않다가도 작은 일에 갑자기 지난 일이 떠올라 총질을 해대고, 말로 난투극을 벌이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헤헤거린다.
각설하고... 돌아서면 곳곳에 집안일 가득, 눈뜨자마자 각자 바쁜 우린 눈도 못 마주친 채 남편은 자몽을 갈고 있었고, 난 요거트에 콘플레이크를 말아먹고 있었단 말이렸다.
몇 시간 후면 다시 지방으로 내려갈 남편을 위해 꿀잠을 거부한 채 성대한(?) 아침상을 차려준 직후였다.
당연히... 당연히!
남편이 자몽주스를 내게 먼저 한 모금을 줄 줄 알고 위장에게 주스 들어갈 공간을 비워두란 지시를 내린 상태였는데.
남편은 한잔을 만들어 아들에게 갖다주더니 또 한잔을 만들어선 자는 딸의 침대 머리맡에 두고 왔다.
좋은 아버지구만, 속으로만 칭찬하며 드디어 내 차롄가? 하고 기대감에 부풀었는데, 농담 아니라 단 한 모금도 주지 않은 채 그냥 장비세척을 해버리는 것이었다!
뭐지? 내가 뭐 큰 질못이라도 했나? 당황했다.
자는 애한테도 갖다 주는 주스를 바로 뒤에 앉아 두 눈 멀뚱히 뜨고 있는 와이프에겐 주지 않는다?
'하여자'인 난 당연히 발끈했다. 주스마실 공간을 비워두고 기다린 위장에게도 미안했단 말이다.
늦잠 자고 싶은 일요일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 그대에게 아침상을 대령해 주었거늘 나에겐 주스 한 모금도 안 주는 것이냐! 하고 쏘아붙였다.
남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가 요거트 먹고 있어서 그랬다고 한다.
그럼 한 모금 마실래? 라고 물어는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남에게 말하기 얼굴 팔릴 만큼 사소한 이유로 발끈하고 속이 상했다.
같이 산지 20년이 지나 권태기도 지나버린 시점에 여전히 이렇게 사소한 이유로 투정 부리는 것도 아니고, 싸우는 것도 아닌 순간을 마주하자 당황했다.
이만큼 살았으면 상대는 이상한 사람이니 그냥 인정하고 넘어가자, 하고 체념인지 이해한 건지 알 수 없는 레벨에 올라섰다고 스스로 자부한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부부나 연인사이에선 짧은 순간 놓쳐버린 눈 마주침, 인사, 질문 같은 것이 빌드업되어 큰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일쑤다.
그런 것을 피하고 싶어 생각한 것이 '마음에 담아두지 않기'였다.
하여자일수록 작은 지점에서 마음 상할 수 있는데, 상대는 그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예전 같으면 치사스러워서 말 못 할 맘 상한 일을 바로바로 얘기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뱉고 나면 스스로 뭘 이런 걸 갖고 그랬을까 싶어 좀 쑥스러워졌고, 상대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하는 이해심도 생겼다. 상황을 유머로 재해석할 여유까지 생기고 말이다.
문제는 '꽁함'보다 '욱함'의 빈도가 는다는 점이다! 상대도 욱하게 만들지 않게 빈도수를 잘 조율해야 한다.
피곤하게 왜 그러고 사냐고? 그럼 어떡해, 하여자에게 결혼생활이 쉬운 줄 아십니까?
항상 느끼지만 도를 깨우치기 위해 절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그냥 결혼을 하면 된다는 것이 내 지론이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