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9번째 이야기를 완성했다.
12년째였다,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작품을 써온지가.
어떤 이야기는 제작사와 거의 3년이나 일했지만 영화화되지 못했고, 어떤 이야기는 또 다른 제작사와 1년을 작업했지만 영화화되지 못했다.
오랫동안 매달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구나 싶어 또또 다른 제작자와 6개월 이상 일했지만 영화화되지 못했다. 작품이 아까워서 공모전에도 넣어봤지만 떨어졌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외로운 사투를 12년째, 나이는 50살을 맞게 된 것이다. 따흑.
효율성을 중시하는 부모님은 진즉에 그만두라 잔소리하셨고, 지인들은 웹소설을 써보든 다른 걸 써봐야 되지 않냐고 걱정해 주었다.
하지만 칼을 빼들었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하고 비장하게 칼을 갈았다. (내가 무슨 사무라이냐고!)
'빨리빨리'를 외치는 대한민국사회와 역행하겠다는 똘끼(?)로 버텨온 나도 드디어 2022년 슬럼프를 맞았다.
무명의 세월을 10년 이상 견뎌온 후에 온 슬럼프였으니 올 것이 온 것이겠다.
꽤 오랜 시간 실력 없는 자신을 탓하고 원망하다 슬럼프를 맞았으니 타격이 클 만도 한데 슬럼프를 넘긴 후 오히려 기이한 일이 생겼다. 마침내 스스로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너 참 어지간하다, 대단하다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면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였는가. 그 비결도 바로바로... 글쓰기였다!
너무 심하지 않은가, 지겹다, 토 나온다고?
어떤 글로 극복했냐면 그것은 쓰던 장르와는 완전히 다른 에세이를 쓰면서부터였다. 바로 '브런치'에.
내 마음속 이야기를 조금씩 쓰면서 바싹 마른 우물에 물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질문할 이들이 있을 것 같다. 뭐 하러 고생을 사서 하냐고.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글에 대한 목마름이 여전하고, 쓰는 동안 즐겁기 때문이다. 진리는 복잡하지 않은 것이 특징 아닌가.
오십이 되니 주변에서 노후준비가 어쩌고, 먹고사는 일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지지만 그럼에도 그만둘 수 없는 이유다.
그러니 어쩌겠나. 꿈이 있어서 행복하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