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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노트 Apr 24. 2023

09. 품질 낮은 돈으로 투자한다는 것

- 아들에게 전해주는 투자레터 (4)

아들아,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개인이 투자의 세계에 진입하다 보면 거대한 벽을 실감하게 된다. 주식 시장에서는 거대한 자본을 가진 외국인과 기관 세력이 개인의 돈을 가져가고 있으며 부동산 역시 정부가 강력한 규제나 정책을 펼치면 이를 맥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있다. 


비록 개인은 이들처럼 엄청난 자본도, 규제를 할 수 있는 강한 권한도 없지만 차별화된 무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시간’ 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수많은 투자자들의 돈을 받아서 투자한다. 따라서 일정 기간 내에 손익을 정산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대상에 대한 일종의 리밸런싱 (Rebalacing)이 필요하다. 수익이 난건 수익을 실현하고, 손실이 난 건 손절하기도 한다. 즉 특정 기간 내 결론을 내야 하므로 시간의 제약을 받는다. 


정부 역시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가하는 시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과한 규제의 지속은 자칫하다 경기를 크게 침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돈으로 투자하는 개인은 그 돈이 당장 상환해야 할 급한 돈이 아니라면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사고 팔고를 결정하는 것은 시간적인 제약보다 내 심리에 의해서 주로 좌우된다. 


인플레이션의 관점에서 보자. 화폐의 가치는 계속 하락을 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투자한 우량한 자산의 가격은 ‘시간’의 마법에 의해 결국 우상향 하게 된다. 즉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동안 ‘시간’ 이란 무기는 거대한 자본과 규제에 맞설 수 있는 훌륭한 무기가 된다. 그래서 마음 편한 투자가 가능하다. 


더 중요한 심리적인 관점에서 보자. ‘시간’ 이란 무기를 무력하게 하는 행위는 내가 제어하는 시간을 방해하는 돈이 투자금에 섞여 들어가는 경우다. 단기성 신용대출이나 주식담보 신용대출, 미수금 과 같은 돈들이 이에 해당된다. 즉 가까운 시일 내에 상환해야 될 돈들을 말한다. 아빠는 이 돈을 품질 낮은 돈이라고 부른다. 


투자는 매수로 시작해서 보유를 거쳐 매도로 끝난다. 투자는 네가 직접 이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꽃을 키우는 것과도 같다. 너는 이 투자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프로젝트의 주인이다. 그런데 이 품질 낮은 돈이 섞여 들어가는 순간, 너는 시간을 이용할 수 있는 주인이 아닌 시간에 제약을 당하는 노예가 된다. 보유하는 동안 불안한 것은 물론이고 결국 네 계획과 무관한 시기에 매도 압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한 투자를 지휘할 수 있느냐 지휘 당하느냐는 투자에 들어간 돈의 성격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투자 하면서 들인 투자금의 성격이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인지 잘 살펴야 한다. 네가 모은 종잣돈, 타인의 자본이라도 주택담보대출 같은 장기형 레버리지는 이자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면 네가 제어할 수 있는 돈이다. 


투자처, 투자타이밍, 투자종목이 외적인 요소라면 투자금의 성격은 내적인 요소이다. 아무리 외적인 요소가 갖추어졌더라도 내부에서 무너지면 다 소용이 없다. 항상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복기가 필요하다. 내가 쓰는 돈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부디 ‘시간’ 이라는 훌륭한 무기를 잘 이용해서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기 바란다. 


“투자하는 동안 시간의 노예가 아닌 시간의 주인이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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