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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노트 Apr 17. 2023

08. '공동투자' 에 대하여

- 아들에게 전해주는 투자레터 (3)

아들아, 투자를 할 때는 너만의 원칙을 몇 가지 정해두는 게 좋다. 돈을 운용하면서 스스로에게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원칙의 옳고 그름보다는 본인 성향에 따라 만든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보면 된다. 아빠도 몇 가지 원칙을 세워두고 투자에 임하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 '공동투자'에 대해서 말해 보려한다. 


아빠는 공동투자를 하지 않는다. 공동투자는 하나의 투자처에 내 돈과 타인의 돈이 섞여 들어가는 경우를 말한다. 수익도 공동으로 나누고 손실이나 책임도 공동으로 나누므로 깔끔해 보인다. 


손익은 숫자에 불과하므로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책임은? 사람의 행동이나 감정이 들어가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 이를 정확히 나누기란 매우 힘들다. 그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에너지 낭비를 하게 된다. 


공동투자는 투자처는 매우 좋아 보이지만 거기에 대한 투자금이 부족할 때 보통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럴 때 아빠는 그냥 ‘아쉽지만 그 물건이나 사업은 내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고 흘려버린다. 세상은 넓고 투자처는 무궁무진하며 기회는 항상 다가오기 때문이다. 공동투자처 또한 그 중 하나일 뿐이다. 또한 투자를 시작할 때는 나와 동업인의 뜻이 맞아 함께 시작하게 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뜻과 관점에서 점점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왜냐구? 답은 간단하다. 너는 너이고 그는 그 일뿐이니까. 

그 사람과 나의 친밀도라든지 그 사람의 능력이나 신용 따위는 중요치 않다. 본질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와 내가 같음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내 돈을 내 관점과 철학대로 운용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게 되면 묶인 돈이 되면서 불확실성에 노출된다. 투자를 철회하면 되지 않냐구? 그게 마음대로 될지 안 될지 어떻게 알고 대응할 수 있을까? 이처럼 투자를 함에 있어서 가장 큰 위험은 불확실성에 노출되는 것이다. 공동투자는 아무리 수익성이 좋아도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전쟁을 벌여 놓은 뒤 이기려 들지 말고, 이길 수 있는 준비를 한 뒤 이기는 전쟁만 골라서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굳이 거대한 패널티를 하나 더 뒤집어 쓴 채 전쟁을 시작할 이유가 없다.  투자처의 수익을 분석하는 공격요인보다 내가 처할 수 있는 위험을 분석하는 수비요인을 먼저 살피도록 하자. 


그런 점에서 ‘공동투자 지양’이란 아빠의 원칙은 후자에 좀 더 초점을 둔 것 같다. 

아들은 공격형일까 수비형일까? 하이에나들이 득실거리는 투자의 세계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하면서 대응해야 롱런 할 수 있을까? 


들어올 땐 네 마음이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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