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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노트 Apr 10. 2023

07. 동네 카페에서 느낀 씁쓸함.

- 사업이든 직장생활이든 끝 마무리를 소홀히 하지 마라.


아들 손을 잡고 동네 산책을 나갔다. 해질 무렵이라 바람도 선선하게 부는 것이 함께 시간 보내기 참 좋았다. 아메리카노 한잔이 마시고 싶어 테이크아웃 하러 근처 카페에 잠깐 들렀는데 카운터엔 아무도 없이 조용하다. 대신 옆 테이블엔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 한 분이 노트북을 켜놓고 업무를 보고 있었다. 나와 눈도 마주치고 충분한 인기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계속해서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1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너무 조용해서 그런지 1분이 꽤 길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커피 한잔이 아쉬워 잠시 기다렸다. 그제야 그분은 서서히 의자에서 일어나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 시큰둥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어쩌지요 지금은 마감 시간인데…”

“네...?”


가게의 주인이 마감시간이라 하니 사실 할 말은 없다. 실제 가게 문을 보니 마감시간 10분 전이긴 했다. 뭐 엄밀히 말하면 마감시간은 아니지만 뒷정리하는 시간도 있고 하니 굳이 이걸 가지고 딴 지 걸 것도 아니라 생각했다.


“ 네 어쩔 수 없지요 커피 한잔 테이크아웃 하러 왔는데 특별한 말씀이 없길래 계속 기다린 거였어요. 안녕히 계세요”

“ 네 안녕히 가세요”


간단한 인사말 한마디 외 대꾸는 없다. 주머니에 손을 계속 꽂은 채 그는 그제야 ‘closed’가 적힌 팻말을 문 앞에 걸어 놓고선 테이블에 돌아가 다시 노트북을 들여다본다.


노트북에 집중해야만 할 어떠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루일과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심신이 지쳐있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찾아온 나는 왠지 모를 이질감과 벽이 느껴져 두 번 다시 그 카페에 가지 않게 되었다.


생산자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반대급부인 소비자가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생산자로서의 성공은 바로 이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수많은 고객들을 다양한 시간대에 만나게 된다. 오늘처럼 마감시간이 임박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감시간, 즉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한창 바쁘고 매출이 급속도로 올라가는 피크 타임도 중요하지만,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어영부영 마무리 짓기 쉬운 마감시간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시간이다.


그 사장님 입장에선 아메리카노 한잔 값인 내가 별 볼 일 없기도 하고 마감시간에 중요한 업무를 보느라 귀찮게 여겨지기도 했겠지만 결국 생산자 입장에선 영구적으로 고객을 하나 잃어버린 셈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오늘은 음료제공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쩌지요? 모처럼 발걸음 주셨는데.. "라고 소비자를 기다리게 한 사정과 유감을 간단하게나마 표시해 주었어도 되돌아가는 발걸음이 그리 찝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소한 말 한마디나 행동 여부가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온다고 생각한다.


사업 초창기에는 고객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한 명이라도 나의 생산품을 찾아주는 귀한 소비자다. 하지만 사업이 자리 잡고 무르익을 즈음엔 그렇게 자리 잡게 해 준 고객 하나의 가치가 예전만치 못하다. 아니 정확히는 사업주의 사고와 태도가 처음과 같지 않다.


사업이든 직장생활이든 끝 마무리가 중요한 것 같다. 하루의 끝이든 한 해의 끝이든 그 끝 지점이 나의 향후 성적을 결정 지어 줄 것 같은 미묘한 암시가 있다.


마지막 손님이 별 영향력이 없는 나여서 그분께는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도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귀찮아하는 사장님의 표정이 아른거린다. 한동안 그 카페를 지나칠 때마다 생각날 거 같다. 나 역시 하루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또는 어떤 업무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무심코 소홀히 행동한 경우는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아 분명히 있다. 나도 본이 될 아버지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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