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장을 나선다. 도저히 누군가가 일할 것 같지 않은 이 시간대에도 항상 다니는 차들을 보면 세상은 늘 나보다 한템포 빨리 움직이고 있음을 실감한다.
버스기사님께 여쭤본다.
“너무 이른 시간엔 운전하시기 안 힘드세요?“
“ 이 시간이 더 편해요, 올 때 차 막히는거 생각하면 지금처럼 뻥 뚫린 도로 달리는게 마음은 더 편하죠”
마음이 더 편한 이유가 뭘까? 차량이 막히지 않기 때문이다. 왜 차량이 막히지 않는 것인가?
경쟁이 없기 때문이다. 한정된 공간에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해 가는 경쟁자들이 없기에 남을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편한 것이다.
앞에 달리는 차를 보면서 속도조절 하느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뒤에서 달려오는 화물차를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운전도 나의 페이스대로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것이다.
가능하면 경쟁을 피해서 내 위치를 포지셔닝하는 것이 좋다.
나에게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므로 가장 좋은 위치라 하겠다.
주말 성수기 관광지 숙박시설은 요금도 비싸고 서비스 질도 떨어진다.
평일 비수기엔 사람도 없는지라 같은 방도 성수기에 비해 저렴하다. 객실 업그레이드는 덤이다.
어린이날 에버랜드는 지옥이다. 놀이기구에 늘어서있는 긴 줄은 끔찍하다. 맘 먹고 찾은 맛집엔 왜이리 대기자가 많은걸까.. 이 모든 것은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얻고자 하는 서비스를 다른 이들도 이용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프리패스가 비싼 것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석보다 비즈니스석이 비싼 것은 이유가 있다. 경쟁을 제거한 대가가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살다보면 병목현상은 쉽게 경험할 수 있다. 고민 끝에 대기업에서 사표를 과감히 던지고 야전으로 향하는 이들의 마음속엔 굳이 내가 이 좁은 병 입구를 향해 나아갈 필요는 없다는 외침이 있었던건 아닐까...
남이 모두 가는 길이 편안하고 안정되어 보이지만 실은 피튀기는 현장이다. 눈치를 보고 남과 비교를 하느라 나 자신을 볼 수가 없다. 반면에 남이 가지 않은 길은 불안하고 막막해보이지만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타인과 과실을 나누느라 눈치 보거나 티격태격할 필요가 없다.
명장은 싸움을 걸고 이길 궁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이길 싸움만 한다. 전략적 사고이며 전략적 삶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