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면서 (또는 투자하면서)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한 생각
병원을 출입하다가 이런 적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마스크를 미착용한 채 출입을 했었나 보다.
"원내에서는 마스크 쓰세요” 지나가던 간호사가 내게 한 말이었다. 일종의 지적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누구는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할 것이고 어느 누구는 군말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굳이 독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의 내용보다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내게 명령조로 얘기했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반면에 말의 내용, 즉 원내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는 규정이 있으므로 그 사실에 집중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감정은 자연스레 후순위로 밀려나게 된다.
말을 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에 따라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피해의식'이다.
피해의식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 명예 따위에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감정이나 견해를 말한다. 즉 피해의식은 일종의 부정적 감정이다. 그 감정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감정이면 좋겠지만 도움이 되기는커녕 나를 좀먹는 감정이라면 버려야 할 대상이라 하겠다.
일단 피해의식은 분노를 기반으로 한다. 분노는 내면을 소용돌이치게 하는데 이는 상당한 심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여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라 하겠다. 분노는 갈등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갈등은 십중팔구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난다. 내가 느낀 피해의식에 대한 보상을 상대방과 합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의식은 좋지 않은 결과로 직결된다. 좋지 않은 결과가 누적되면 사람이 매사에 부정적이 되고 모든 상황을 꼬아서 보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와도 그냥 날려버릴 수 있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내 인생에 있어 얼마나 낭비일까...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투자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투자는 인풋 대비 아웃풋의 효율을 지향한다. 좋은 투자란 낮은 인풋 대비 높은 아웃풋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엄청난 인풋(감정적인 에너지 소모)에 비해 처참한 아웃풋 (분노 및 갈등)의 알고리즘이 확정적인 피해의식 노출은 살면서 최소화하는 것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을까? 경험상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들을 때 감정이나 태도보다는 사실 정보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반대로 내가 말할 때에는 상대방에 대한 감정과 태도에 더 집중한다. )
2. 사실정보가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인지, 나 이외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인지 생각해 본다. 후자라면 보편적인 사실에 내가 굳이 피해 입었다고 피해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결국 내가 나를 해하는 것이 된다.
3.‘굳이 나에게 왜 이런 말을 했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특히 일면식 없는 남이 그랬을 경우 시비를 걸거나 해코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각자의 바쁜 삶 속에서 모르는 누군가에게 어떤 정보를 말해준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님을 인지한다. 그리고 그 정보를 따랐을 때 그것이 나에게 해가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4. 상대방에게 크게 관심 둘 필요가 없음을 인지한다. 피해의식은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일종의 관심이다. 막상 상대방은 나에게 그만큼의 관심이 전혀 없다. 상대방의 내면에 내 존재가 0.1이라면 내 내면에서만 상대방이 90 이상을 차지하며 분노와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몸부림치고 있음을 인지한다.
사실 순간적인 피해의식이 나타나더라도 이런 사고 과정을 잠깐 거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수그러드는 경우가 많다. 피해의식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순간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이를 수용하고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내가 조정하거나 잠식당하거나…
좋은 투자와 성장을 위해서 새롭게 배워야 할 것들도 많지만 기존에 버려야 할 것들도 많다. 그중 하나가 피해의식이라 하겠다.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못하고 뒤로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다면 하나씩 없애 보려고 시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