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인생은 리스크를 줄여나가기 위한 선택의 과정이다
- 사지로 들어가는 심정에서 떠오른 생각
폭우가 쏟아지는 컴컴한 새벽 밤, 출장을 위해 무거운 몸을 간신히 일으켜 채비를 하고 밖을 나섰다. 출장지도 생각보다 먼 거리에 있는지라 차량으로 장대비를 뚫고 가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런 날에는 장거리 출장이 몹시 꺼려진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기 때문이다. 깜깜한 새벽에 시야를 가릴정도의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 차량 탑승은 매우 큰 잠재적 위험에 노출된 것이라 하겠다.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다 보니 이런 날은 정말 집을 나가기가 싫다. 본능적으로 몸이 굳고 방어적이 된다. 심적으로 위축되고 두렵다. 그냥 귀찮아서 싫은 것이 아니라 위협으로 느껴진다. 그래도 이렇게 발걸음은 출장지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 어쩔 수 없이 직면한 나의 한계였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어진 규정과 규칙 속에 갇혀 따라야 할 수밖에 없기에 나타난 결과물이다. 설상가상으로 함께 출장 가고자 하는 팀원의 지각으로 도착 시간을 맞추고자 차량의 속도는 평소보다 더 빨랐다. 너무 무서우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내와 나눈 가장 최근의 카톡을 보면서 지금이라도 뭔가 남겨야 하나 싶었다. 자산이나 통장 등 각종 비밀번호나 문서 등도 잘 정리해서 남겨놓을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긴장과 스트레스가 심했던 새벽 밤 출장이었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다... ^^)
매스컴을 통해 각종 안전사고 소식을 접하곤 한다. 새벽에 일을 하다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으며, 사고 위험성이 큰 일을 하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중대재해처벌법이니 각종 사고에 대한 규제책이 있다한들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들 중 위험성 높은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단연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어떤 요인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요인은 돈과 연관이 있다지만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자유를 빼앗긴 채 누군가의 설계 속에서 살기 때문이다.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시간과 관계의 자유마저 박탈하기 때문에 그렇게.. 우리는 위험성이 큰 걸 알면서도 비상식적인 선택을 하며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내일에 또다시 몸을 맡긴다. 타성에 젖은 채...
인생은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가고자 하는 선택의 연속이라고 한다면 무언가 모순적인 행동인 셈이다.
그리고 그러한 모순은 시간과 관계의 자유를 갖지 못한 결과라 하겠다.
내가 굳이 원하지 않는 시간에 일할 수밖에 없다.
내가 굳이 원하지 않는 관계가 맺어지면서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제적 자유란 단순히 물질(돈)로부터의 자유를 넘어서 시간과 관계의 자유까지 의미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자유는 나를 옭아매고 있는 사회의 규범과 규칙에서 벗어나게 하고 나만의 규칙과 기준을 세울 수 있게 한다.
나만의 삶, 나만의 규칙이 생기게 되면 비로소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상식적인 선택의 연속과정을 해나가게 된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새벽밤에 굳이 차를 몰고 장거리 출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안전사고 위험성에 노출되는 일에 굳이 내 몸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
나와 나의 소중한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일이 되려 나와 내 가정을 위협할 수도 있는 아이러니함.. 현재 그런 아이러니함 속에서 살고 있기에 , 그런 모순을 깨고 싶기에 그렇게도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공부하려고 한다. 이용당하지 않고 잘 활용하려고 한다.
"우리는 인생을 설계하든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 의해 설계를 당하든지 둘 중 하나다."
- 보도섀퍼의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