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low snail Aug 30. 2023

하소연

하 : 하도 글이 안 써지고/ 소 :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 연 :

연 : 연하게 만들어주는 '쓰기의 힘'을 믿어요



큰일이다.

30분째 흰 모니터만 바라만 보고 있다.


어쩌자고 84일 글을 써 보겠다는 다짐을 했는지,


13일째 아침, 머리가 그대로 정지해 버린 듯 도무지 글이 써지지 않는다.


부정적인 것은 나쁜 것 혹은 성장과 반대요, 긍정적인 것은 좋은 것과 성장의 동일어로 각인된다.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사고의 틀이 움찔한다.


'이제 겨우 13일'  VS  '아니 벌써 13일'  


입장을 정하지 못한 마음은 두 문장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본능은 '이제 겨우'에 무게를 싣고,

의지는 '아니 벌써'에 가야 한다고 한다.




[이제 겨우]씨의 말  :


" 이제 겨우 13일이야~, 84일?

아이고, 그걸 언제 다 써

매일 아침 눈을 뜨고 글을 쓰면 뭐가 달라져? 그냥 조금 더 자 ~ 다들 글 안 쓰고도 잘 살아. 생각해 봐. 날고 기는 작가들이 수두룩한데, 누가 너의 글을 읽어 주기나 할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글들이 돈이 되나, 밥이 되나, 그냥 좀 더 자두는 게 좋겠다.




[아니 벌써]씨의 말 :


"우와~ 벌써 13일째야. 세상에~~~!

야금야금 써 온 날을 돌아보니 벌써 13개의 글이 쌓여있구나.

매일 핑계 대고 글 쓸 시간 없다고 푸념했는데, 마음을 정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니 이게 되잖아~!! 이것 보라고, 글 쓰는 데는 왕도가 없어. 일단 앉아서 써야 한다니까.

누구나 어떤 일에서든 처음은 있는 법이지. 내가 아는 그 누군가의 어떤 이야기든 처음은 작고 초라해. 단지 많은 사람이 읽거나 알게 된 그 이야기의 처음은 성공이라는 후광을 입고 아름답게 각색되기 마련이거든. 그냥 써. 마음먹은 대로 묵묵히 84일을 써 보자. 84일을 다 채운다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도 알아. 그래도 괜찮아.

좋아하는 일이지만 힘을 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84일을 걸어온 네가 있을 테니까.

그냥 써. 그냥 쓰는 거야.




두 마음은 앞으로도 쭉 함께 갈 나의 마음들이다.


'이제 겨우'도 '아니 벌써'도 괜찮다.


하얀 모니터와 함께할 두 마음이라면 괜찮다.


어느 마음이든 이 하얀 모니터 위에 그려나간다면 괜찮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