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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 snail Jan 01. 2024

2024년 1월 1일


시작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책을 읽는다.

언제나 새벽시간을 사랑해 왔고,

오늘도 새벽을 사랑한다.

새벽에 온전히 빠지기 위해서는 일찍 자기가 필수다.

2023년 12월 31일도 어김없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잠결에

5, 4, 3, 2, 1!이라고 외치며 텔레비전 화면과 함께 시간 끊기를 하는 가족들의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

여보~
얘들아~~
해피 뉴 이어~~!!


아침

AM 7: 36

영상 1도

대구의 공식 일출 시간이다.

밤새 해돋이 인파로 야기될 사고를 방지하자는 안내문자가 여러 개 와 있다.

라디오에선 해맞이를 위해 각양 장소에서의 이야기가 담긴 사연이 소개된다.


나는 남편의 출근으로 어머니집으로 간다.

신천을 통과하는 도로와 금호강을 인접한 도로를 운전하는 행로 중에 일상의 영역에서 해맞이를 하려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보인다.

어느 곳에서나 동쪽을 향해 카메라를 들고 있다.


해는 해일뿐...

동쪽의 하늘은 연분홍 구름만 점점이 떠 있다.


분홍

후루룩 후루룩 어머니집 정리에 들어간다. 청소기를 돌리고 가져간 몇 가지 반찬을 소분해 두고, 약을 챙겨드린다.

어느새 동쪽 하늘엔 뜨거운 불덩이 같은 해가 쑥 올라와 있다.

모닝커피를 마시기 위해 가까운 카페로 향했다.

한산한 카페에서 주문을 하고 있자니 이내 다른 손님이 들어온다.

어머나, 일출 직전 하늘에 떠있던 연분홍의 구름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이찬원 팬클럽의 등장.

대강 50대 전후의 어머니들이 과잠처럼 분홍의 점퍼를 맞춰 입으신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어머니들~, 쪼르르 뒤돌아 줄 서서 사진 한 번 찍으면 안 될까요?'라는 말을 할 뻔했다.

분홍색 점퍼, 분홍색 크로스백, 분홍색 백팩...

그리고 대한민국 전 지역의 다양한 말투들,

커피를 주문하며 나누는 대화가 행복해 보였다.


한 해가 시작되었다.

무심상하다.

마음속으로 그리던 삶의 방향을 글로 적어 놓는다.

자기 계발의 열정이라곤 없지만,

적어놓지 않으면 상기하기가 곤란하기에

적어둔다.


어떠하든 나라는 사람은 성실히 살 것이다.

분홍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기분이 몽글몽글 가벼워지는 분홍으로 시작한 하루였다.


저물녘에도 분홍으로 물들 하늘을 등지고 걸으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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