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low snail
Jan 02. 2024
오늘도 해는 떴다.
그러나 누구 하나 해에게 관심을 두는 이는 없다.
해를 향해 간절함으로 북적되는 그 많던 눈망울들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런 하늘에도 해는 둥그런히 떠올라 있다.
짙은 주황색으로 이글거리던 불덩어리 같던 해는
그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찬란하더니,
변해버린 사랑에 상처 입은 것 마냥
희뿌윰한 구름에 가려 싸늘한 은색의 뚜렷한 동그라미로 떠 있다.
선망하던 불덩어리 같은 해였을 땐 보지 못했던 온전한 해의 형체를 본다.
문득...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새해 첫 해를 그렇게 갈망하는지 궁금해졌다.
딱 하루 만에 이렇게 싸늘하게 식어버릴 그 관심을 말이다.
조선의 숙종이 희빈과 인현왕후에 대한 태도를 죽 끓듯 바꿔버린 것처럼 사람들의 싸늘한 반응이 당황스럽다.
사람이란 그런 것이거니 하지만 쓸쓸하다.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람이란 으레 변하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을 동경하는 행위려니 한다.
나를 대표하는 '걷기'가 버거워졌다.
겨울이고, 비 오는 날이고 걸어야만 생각이 트이던 것이,
요즘은 통 걷기가 싫다.
하루 이틀 쉬어가던 걷기는 이제는 온 힘을 내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청소년들에게 걷기를 종용할 때,
아이들이 싫어하던 그 마음, 조금만 걸어도 체력에 부치는 현상을 체험하고 있다.
'걷기에 대한 아이들의 육체와 정신적 경험이 이런 거였구나.'
걷기에 대한 변심.
어떻게 마음이 변하니~~!!
뭐 그럴 수도 있지...만
걷기에 대한 애정을 지켜보려
새해 첫날 걸었다.
쉽게 변하는 세상이지만
쉽게 변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