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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 snail Jan 06. 2024

가족여행

가족여행이라는 그 단란함이 주는 어감과는 달리,

가족 여행은 실제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그럼에도 주기적으로 4인 가족 합체를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사실 하루도 빠짐없이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안 되었더라면 4인 가족 합체에 대해 이토록 의미를 두지는 안았을 것이다.


희한하게 바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 바람에 대한 욕망은 커져간다.

그래서 결핍은 역으로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아주 오랜만에 4인가족이 함께할 반나절의 여유가 찾아왔다.


시간을 함께 보낼 장소와 식당을 정하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다.

한 가족일까 싶을 만큼 취향과 욕구가 다양하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일본 가정식이 메뉴로 합의되었고,

겨울 햇살 좋은 오후, 자연채광을 잘 살린 청도도서관으로 행선지를 잡았다.


메뉴가 다양한 식당이었고,

취향이 다양한 우리도 다양한 메뉴로 자신의 여행을 즐긴다.


도서관을 즐기는 모양도 다양하다.

어느 구석 짱 박혀서 자연광이 주는 빛으로 망중한을 즐기고 싶은 나와는 달리,

1층부터 4층까지 휘리릭 둘러본다.

세상에나 도서관에 와서 로비에 있는 혈압계로 혈압을 잰다고 복작거리는 남편과 아이들... 결과지를 들고 와선 혈압이 정상인지, 정상이라는 말에 화색을 띤다. 평소 열심히 운동한 자신에 대한 뿌듯함에 의기양양해한다.

그러고선 이내 나를 찾아내선 부산스럽게 나가자고 조른다.

 

카페에서의 음료 주문 중에도 또 한 번의 의견들이 난무한다.

나온 음료를 두고도 자신의 메뉴선정에 대한 탁월함을 자랑하느라 법석이다.

그리곤 돌아가며 시음을 한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는 창을 함께 바라본다.

까꿍이들이었던 아이들과 다녔던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애착인형을 두고 와서 난리가 났던 곳부터, 그곳이 어떤 장소였는지 지리적 위치는 몰라도 그곳에서 있었던 우리들의 이야기는 고스란히 기억하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 웃어본다.


자라 가는 아이들의 스케줄과

밥벌이에 몸이 매인 우리의 스케줄.

지나간 시간 우리가  누렸던 느린 여행을 할 기회가 앞으로 얼마나 될까 서로 생각을 해 본다.


앞으로는 앞으로의 여행들이 있겠지.

앞으로 우리 4인 가족은 어떤 갈래의 여행을 만들어 갈까.

어떤 갈래여도 변함없이 이렇게 4인 가족이 함께 여행할 수 이 있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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