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low snail Jan 08. 2024

증명

이미지 대신 글로 남기는 아침

좁아져버린 폐줄기를 따라 겨울 아침공기가 한 모금 들어간다.

알싸하고, 청량하다.


여명과 인위적인 빛이 공존한다.

어색하다. 빨리 마무리를 짓지 않는 전기 불빛이 안타깝다.


1월 초순 겨울 아침,

고즈넉함을 찾아 나선 사람과

으슥함을 찾아 나선 사람이 조우한다.

섣불리 커버린 여물지 않은 열매처럼,

덩치만 커다만 아이들,  으쓱한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며 조야한 대화를 하며 킬킬 거린다.


부디, 청소년 시기 부리는 객기의 한 때쯤으로 남기를 바란다.


숫자로 환산되는 삶

아차차... 워치도 휴대폰도 없이 나왔다.

얼마의 거리를 얼마 동안 걸었는지,

분당 심박수는 얼마인지, 소비된 칼로리는 얼마인지,

수치로 남길 수가 없다.


분명히 걸었음에도 숫자로 캡처되지 않는 행위는 무용하다.

증명할 길이 없다.

증명할 어떤 이유도 없지만, 증명되어야만 존재함을 인정받는 것 같은 시대에  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묘목을 심은지 4년쯤 된, 아직도 어린 티를 벗지 못한 벚나무 오솔길을 걸었다.

잘 조성된 강변길을 두고 방천에 조성된 오솔길을 걷는 이유는 구불거리고, 비가 오면 질퍽거리기도 하는 흙길이기 때문이다.  흙이 품고 있던 물기가 새벽 한기에 얼었다.

한 발 한 발 걷는 발걸음에 부풀어 올랐던 얼음품은 흙이 바사삭 밟혀 다져진다.

강에도살얼음이 얼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겨울 아침을 오늘 아침에야 만난다.


오후에 아이들과 햇살 퍼져 따사로운 이곳을 함께 걸을 생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