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시를 읽어요

나의 시베리아는...

by slow snail

기러기 가족


이상국


- 아버지 송지호에 좀 쉬었다 가요


- 시베리아는 멀다


- 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날아야 해요


- 그런 소리 말아라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 것들이 많단다


'난다', '걷다', '기다', 자라다'

생명을 가진 것의 움직임, 어느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의 이동은 이런 동사로 이루어진다.

날아서, 걸어서, 기어서, 자라서 어디에 닿을까.


목적지는 시베리아.

쉬지 않고 날아야 하는 이유는 먼 시베리아지만,

왜 날아야 하는지는 날개 없는 것들에 대한 우월감뿐일까.


잘 걷는 자는 못 걷는 자들을 상대로 더 빨리 걸어야 하고,

기는 자들은 기지 못하는 자들을 상대로 기어야 하고,

자라는 자는 더 아름답게 성장한 외형을 들어내야 한다.


기러기는 주어진 날개로 시베리아로 날아간다.

나의 시베리아는 어디일까

내 두 발을 가지고 시베리아를 향하되,

발이 없는 것들에 대한 우월감이 아닌

발이 없는 것들이 각자의 시베리아로 향하는 여정을

보듬어 주며, 날고, 기고, 자라지 못하는 상실을 위로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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