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도 힘을 내서 배워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 이야기
농경 사회였을 때 삶의 터전은 자연이었다. 흙과 물과 태양을 온몸으로 느끼고 의지하며 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것들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인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니까.
산업사회로 들어서면서 대량생산화라는 실체는 농업에도 미치게 되었다. 각개전투로만 해결되던 의식주의 많은 부분들이 전문화된 영역의 도움을 받으며 일부 사람들에게 흙과 물과 태양은 1차적 소용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 소중함은 여전히 변함이 없지만, 분업화된 산업사회 속에서의 그것들의 가치는 많은 것들에 의해 가려져 버렸다.
현대는 자연을 힘써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라떼는 말이야~~'이런 말은 동서고금 있어온 말이고 또 고리타분함의 상징인듯해 사용하기가 썩 편하지는 않지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나는 지난 세대 거나 지나가고 있는 세대임에는 틀림이 없다.
많은 것들을 정형화된 틀을 통해 배우는 아이들. 방학이 다가오면 현란하게 내걸리는 배움의 영역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있다.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놀이마저도 배워야 하는 아이들의 삶이 짠하게 다가온다.
생태 하브루타를 기획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삶의 한 부분이어야 할 자연에서의 활동을 수업이라는 형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배어 있은 건 내 마음 한 귀퉁이의 떼어낼 수 없는 진심이다.
생태 하브루타
엄마손을 잡고 와 교실에 앉은 아이들의 표정은 해맑다.
그런 아이들에게 첫 질문을 던진다.
"친구들~, 오늘 우리는 여기에 뭐 하러 모였을까요?"
그럼 대부분의 아이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몰라요~!! 엄마가 데려다줘서 왔어요~!"
게 중에 수업 이름을 말하는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그게 뭔지 왜 그것을 배우러 왔는지 답하는 친구는 거의 없다. 여기까지 온 건 엄마의 의도였지만, 최소한 자신이 듣는 수업의 제목은 뭔지, 어떤 내용으로 진행될 것인지 스스로 생각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의미 찾기를 도와주는 질문으로 수업은 진행된다.
"생태가 뭐지?, 하브루타가 뭐지?"
질문은 생각하게 만든다. 질문에 익숙하지 않거나 생각하기를 귀찮아하는 아이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몰라요~~! 가르쳐 주세요~!"
그럼 나는 돼묻는다.
"아무 말이나 해도 돼~! '생태'하면 떠오르는 거 막 말하면 되는데~? "
잠깐의 정적 뒤에 조금 외향적인 친구 중에 한 두 명이 교실이나 지식책에서 보았을법한 대답을 한다. 생태는 자연이다. 생태는 소중한 거다. 생태는 보호해야 한다 등등.
그렇게 슬슬 말문이 열리기 시작할 때쯤 한 친구의 재미있는 대답이 귀에 들어왔다.
"생태는 생물에 태양을 더한 거야~, 그래서 생태야"
풋~!! 그게 무슨 말이야? 라며 아이들은 말도 안 된다며 깔깔 웃으며 왁자지껄 해진다.
"어! 정말 그러네. 생물은 살아있는 것이고 살아있기 위해서는 태양이라는 에너지가 필요하니 생태를 잘 설명한 거 같아~ 애들아 너희들 생각은 어때?"
어이없는 대답이라 생각한 것에 반응을 보여주니 아이들은 '어 정말 그러네?'라며 신기한 표정을 짓는다.
이때부터 대화가 자유로워진다.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고 엉뚱한 것도 틀리지 않다는 안점감에 분위기는 수업을 넘어 화기애애한 대화시간 으로 바뀐다.
이런 즐거운 대화 속에서 우리는 하브루타 실전을 경험했다.
친구들의 생각을 듣고, 내 생각도 말하고, 그러면서 생태가 뭔지 아이들은 이미 그 뜻을 이해했다.
"그래서 생태가 뭐야?"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저희들의 대화를 근거 삼아 함께 한 문장으로 대답을 만들어낸다. 생태에 대해 친구의 생각 들었지? 그리고 너의 생각을 말하고, 그다음 우리는 생태라는 단어에 대해 다 함께 뜻을 맞춰가며 알아봤지? 그래 얘들아, 이게 하브루타야. 나의 생각과 너의 생각이 만나 우리의 생각으로 다시 만들어지는 거.
생태 하브루타의 의미를 알아본 후 첫 겨울숲 산책을 나선다.
1대 다수의 어린이들이 네모난 공간을 나와 숲이라는 자연으로 배움의 장을 옮겨 걷는다.
이때부터는 나는 안전이라는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 외에는 먼저 입을 열지 않도록 한다.
첫 숲 걷기인 만큼 안전하게 걷기가 제1 목표이고, 두 번째로 겨울숲의 황량함을 아이들 스스로 느끼고 알아차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교실을 나서기 전 내가 보는 겨울숲을 표현할 자연재료를 줍는 활동을 미리 언급했기에 아이들은 제각각 흩어져 필요한 재료들을 줍는데 열중이다. 줍다가 모르거나, 자신이 잘 아는 열매를 주우면 그 기쁨에 쪼르르 달려와 자랑을 하곤 한다.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다시 교실로 안내한 후 방금 걷고 온 겨울 숲의 모습 표현하기를 한다. 팀별 활동이었는데 서로 의논을 해 가며 만든 팀은 보기에 조화로웠는데, 각자 만든 팀은 풍성했으나 개인적인 특색이 잘 나타나기만 한 숲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나무를 표현하며 뿌리를 넓고 깊게 만든 친구가 있는가 하면, 겨울 상록수를 표현한 친구, 새둥지를 표현한 친구까지 같은 길을 걸었지만 각자 본 풍경들이 마무리활동을 통해 공유되고 있었다.
혼자 하는 산책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산책도
"자연은 늘 옳다"라는 그득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그곳.
숲과 나무가 있어 아이들도 나도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