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의 최고의 산은 바로 동네산이다.
하고 많은 명산이 있다지만, 일상 속에서 산이 산으로 존재하기로는 동네 앞산이나 뒷산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옭아매는 것도 없건만 떠나기는 쉽지 않다.
옭아매는 것도 없건만 가끔 숨이 가빠올 때가 있다.
삶이 그렇다.
그럴 때 동네산은 쉼이고 휴식이다.
스케줄이 조금 할랑한 빈틈에 준비 없이 오른다.
야트막하고 곳곳에 난 길로 산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살짝의 동정을 가지며 자박자박 걷는다.
걷다 보면 오고 오는 갈림길들, 별 고민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방향을 정한다. 이까짓 동네산, 거기서 거기려니 한다.
정상을 찾기는 쉽다. 갈림길에서 경사가 높은 길을 택해 올라가면 된다. 머잖아 앙증스럽고 귀여운 정상석을 만난다. 해발 203m 무학산. 휘 둘러본다. 빈틈없이 빡빡하게 들어찬 삶의 터전이 발아래다. 히뿌윰하게 미세먼지로 덧입은 그곳보다 살짝 높이 올라 숨을 고르다 이내 하산길로 방향을 잡는다. 올라온길을 되잡아 나간다. 수많은 갈림길, 짐작만으로 방향을 잡아 나간다. 어라, 그런데... 여기가 내가 올라갔던 그 길 맞나? 아무래도 낯선데? 에이 모르겠다. 요까짓 높이의 산 거기서 거기겠지. 내려가다 보면 왔던 곳에 이르겠지!
음... 아닌데...? 길은 길이되 점차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는 먼 듯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만나는 갈림길마다 오른쪽으로도 가보고 왼쪽으로도 가보며 내가감직한 길로 방향을 잡아 나간다. 저기 저 길이면... 맞는것 같은데 낯선 길 위다. 빙글빙글 방황하다 차소리가 들리고, 건물이 희끗희끗 보이는 길로 간신히 닿았다.
휴.... 다행이다.
내려온 곳은 산을 올랐던 출발지보다 1~2km는 떨어진 곳이다. 걸을까 어쩔까를 고민하다 택시를 잡아타고 출발지에 다시 도착했다.
쉽게 생각하고 나선 낮은 동네산에 호되게 한 대 맞은 기분이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얼른 집에 가서 눕고 싶은 마음뿐이다.
낯선 곳으로 떠나 여행지에서의 긴장감과 설렘을 높이 사고,
일상의 익숙한 시간들을 소홀히 대한 것에 생각이 가 닿는다.
일상의 수많은 갈림길들 , 가지가지 난 길들 위에서 무심코 방향을 잡아나간 일들이 적잖다. 그 선택들이 지금 시간들위 길을 잃게 만든 것들에 생각이 닿는다. 올라가서 정상에 닿는 일이 내려오는 일에 비해 일면 쉬울지도 모르겠다. 올려다보는 길만 잡아 나가면 된다. 그러나 내려오는 길을 쉬 잡아 보는 바람에 버거운 몸으로 산모룽이를 제대로 돌고 돌았다.
올라올 때 실이라도 풀고 왔어야 했었나? 최소한 내려갈 길을 생각하고 눈여겨볼 필요는 있었던 것이다.
100세 시대, 인생의 3분의 1 지점을 조금 넘은 지점이다. 앞으로 무엇 무엇을 해야지 다짐만 잡아 나갈 일이 아니다. 삶의 끄트머리에 가 닿을 때 헤매지 않고 잘 가 닿을 수 있는 그 길을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