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하브루타

우리 아이는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해요~

by slow snail

생태수업, 숲놀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뭔가 자유롭다. 활동적이라는 느낌이 물씬 온다. 맞다. 장소가 콘크리트로 만든 몇 평짜리 교실이 아니니 공간이 주는 압박이 없어 그렇다.

그래서 네모난 교실에 앉아 정적인 일에 잘 몰입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차선이 숲놀이나 생태수업이라 생각하기 쉽다. 정말 그럴까?


겨울 숲은 고요하다.

생존을 위해 푸르다 못해 검은기가 돌 정도록 깊어졌던 녹음의 잎사귀를 다 떨궈낸 활엽목의 숲은 그 맨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곧게 뻗는 나무, 굽은 나무, 옹이 진 나무 그 어떤 것도 가릴 것 없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낸 숲은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하다.

두툼히 쌓인 낙엽을 이불 삼아 겨울을 맞는 나무들의 모습은 진실에 가깝다. 겨울숲을 볼 때마다 '거짓 없는 진실'이라는 문구가 떠오르는 이유다.


"선생님~, 오늘은 뭐해요?"

"응, 오늘도 뒷산에 오를 거야."

"에이~ 또요?"


일주일에 한 번 같은 장소를 연달아 나가는 날에는 아이들은 으레 이런 말을 한다.

아이들에게 겨울숲은 시시하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 나오는 한 대목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자연을 경험한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생태 하브루타는 결코 활동적이지 않다. 오래 보아야 하고 자세히 보아야 한다. 요즘 아이들이 오래 보고 자세히 보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역량부족이 아니다.

삶의 패턴이 아이들에게 오래 보고 자세히 볼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일례로 나의 생태 하브루타만 보더라도 90분에서 120분 사이에 기승전결이라는 한 사이클을 마무리 지어야 하니 오래 보고 자세히 볼 시간을 허락하기가 쉽지 않다.

자연과 생태는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접해야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수업으로 접근하는 나의 가장 이상적인 수업의 목표는 자유여행과 비슷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에게 생태를 경험할 시간과 공간을 정한 후 그 시간과 장소에서는 자유로운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뛰어놀든, 가만히 앉아 있든, 멍하니 심심해, 심심해를 외치든 오직 그 시간, 그 공간 안에서 뒤척이다 오래 보고 자세히 보는 힘을 키우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호기심 대장이고, 놀이 대장이다. 심심하고 지루한 것을 견디기 힘들어하고 보채다가도 어떡하든 주어진 환경에서 놀이거리를 찾아내고 만다.

그러나 이상은 잠시 내려놓고 기승전결로 계획한 수업계획안에 맞게 수업진행을 해 나가기로 한다. 생태 하브루타라고 수업에 갔다 왔는데 '오늘 뭐 했어?'라고 묻는 부모님의 질문에 '그냥 놀다 왔어'라는 답을 하면 엄마들이 놀랄 테니까...


아이들의 컨디션을 고려하여 걷는 거리를 왕복 1킬로 남짓한 거리를 잡는다.

휑한 활력목의 겨울숲 초입으로 난 가파른 계단은 쌕쌕 숨을 몰아쉬게 한다.

"힘들어요~, 더워요~"

그래도 잘 올라온다. 투덜 거면서도 즐거워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어디까지 올라가요?"

아이들의 관심은 거기에 있다. 그런 아이들의 발걸음을 어설픈 나의 연기로 한 번씩 불러 세운다.

"얘들아~, 이 나무 좀 봐. 이거 원래 여기 있었나? 선생님은 오늘 처음 보는 거 같아."

"어~, 진짜네 저번에는 못 본 거 같은데~"


고목이어서 숲 속 다른 생물의 안식처가 되었는지, 누군가가 안식처로 사용하려 과도하게 구멍을 뚫어서 고목이 되었는지 한참을 이야기 나눈다. 무성한 수염 같기도 하고, 폭신한 카펫 같기도 한 초록 이끼를 밑동에 두른 나무 앞에서도 멈추고, 도대체 어떻게 저런 무늬가 나올 수 있을까? 기하학적 문양을 만들어낸 나무 앞에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눈다.

나무 앞에서 주고받는 이야기가 시시한 남자아이들은 그냥 강아지처럼 낙엽으로 폭신한 숲을 뛰어다닌다. 등뒤로 바스락 거리며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소리가 잠잠해져 돌아보니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다가가 보니 "달고나 게임'중이란다.


궁금하여 설명해 달라는 요구에 흔쾌히 게임 룰을 설명해 준다.

떨어진 낙엽을 가지고 잎맥을 남겨놓고 낙엽을 뜯어내는 놀이란다.

참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었구나 칭찬하면서 하산길에 슬그머니 벌레가 갉아먹은 낙엽을 내밀었다.

근데 이건 누구일까? 달고나 게임하면 얘가 일등이겠는걸?

승부욕 많은 남자아이 둘이 만장일치로 수긍한다. "우와~~!! 진짜 잘했다."


얼핏 봐서는 몰랐던 촘촘한 잎맥을 관찰하고 참나무잎을 야금야금 먹으면서 최고의 달고나 게임 승자였을 애벌레를 상상했다.


온라인 게임처럼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지는 못하겠지만,

하루하루 우리들의 걷기가 쌓여 갈수록 아이들은 오래 보고, 자세히 볼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하여 이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 속에서

자연친화성이 생겨 굳이 자연은 소중하다를 소리 내어 가르치지 않아도

몸으로 습관처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은 그런 아이들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 가득 담아 아이들의 눈과 마음에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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