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하브루타

삼천포로 빠진다~빠진다~~

by slow snail

이야기가 곁길로 빠지거나 어떤 일을 하는 도중에 엉뚱하게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일컬을 때 흔히 '삼천포로 빠진다'라고 말한다.


하브루타는 본시 삼천포로 빠지는 듯하지만 돌고 도는 대화를 통해 깊은 생각 대화를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한다 그래서 하브루타는 둘러가는 지름길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하브루타에다 생태까지 더했으니 매번 삼천포로 빠지지 않으면 이상할 일이다.


오늘의 주제는 <공생과 상생>을 주 메시지로 담은 수업으로 계획했다.

지난 시간 바위에 붙은 지의류를 보며 궁금해하는 친구가 있어 지의류로 아이들의 질문을 유도해 수업을 진행하기로 디자인을 했다. 산초입부터 내 눈에 보이는 건 온통 지의류 뿐이었다. 나무며 바위에 서식하는 지의류에 그만 눈과 마음이 빼앗겨 목까지 쏟아내고 싶은 말들이 가득 차 오르는 것을 꾹꾹 눌러가며 최상의 타이밍을 기다리며 걷는 중이었다.


지의류는 참 신기하다. 처음 지의류를 공부했을 때 주로 물속에 서식하는 조류가 산속 식물군의 이름에 나와 생소했었다. 지의류는 균류와 조류의 공생체이다. 쉽게 말하면 곰팡이와 미역의 공생체이다. 조류는 대부분 물속에 살기 때문에 뿌리가 발달되어 있지 않으며 균류는 엽록소가 없으므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리하여 이 두 종류는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데, 균류는 조류를 보호하며 무기 양분을 공급하고, 조류는 이 물질을 원료로 하여 빛을 받아 광합성을 해서 양분을 균류에 주면서 서로 공생을 하는 것이다. ((다음천재상식 백과참조))

지의류의 정의를 보면 사회의 최소 단위 가정이 떠오른다. 가정은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을 매개로 하여 공동체를 이루지만 결혼의 가장 큰 이유인 정열적인 사랑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1년 6개월이라고 한다. 그 후 몇십 년을 지속할 가정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일까? 사랑을 기본으로 서로의 장단점을 조화롭게 이루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희로애락 가운데 서로를 지탱할 에너지가 되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암튼 우리의 자라나는 새싹인 아이들도 개성 가득한 사회라는 무리 속에서 누군가와 조화롭게 잘 살아가기를 지의류를 보며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오늘 아이들과 함께 걷게 될 길은 다양한 잡목과 더불어 계곡을 끼고 걷는 길이다. 며칠 전 내린 비로 겨울 계곡치고 제법 많은 계곡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콰르륵 콰르륵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지의류를 온몸에 두르고 곳곳에 계곡을 이루고 있는 바위는 톡톡 치면 마치 트롤처럼 금방 도르륵 굴러 일어날 것처럼 보였다. 산이 깊어질수록 계곡은 가팔라졌고, 계곡을 흐르는 물은 얼음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깊은 계곡의 바위는 흘러내리는 폭포수대신 얼음수염을 달고 있고, 웅덩이를 이룬 계곡얼음은 친구들의 발을 잡아끌었다. 한 친구의 '얼음이다~!'의 외침을 시작으로 우르르 몰려 내려간다. 수심이랄 것도 없는 얕은 계곡웅덩이임을 알기에 지켜만 본다.


얼음의 두께가 얼마만큼인지 발로 툭툭 건드려 보고 어떡하든 얼음 조각 하나를 건져 손에 쥐고는 소유욕에 집까지 가져가리라 다짐도 한다. 얼음두께가 몇 센티미터인지 어림도 잡아보고 투명한 얼음사이에 낀 얼음화석도 발견해 낸다. 얼음 위에 날카로운 가위 끝으로 조각을 하기도 하는 아이들은 천상 놀이 찾아내기 박사다.

즐거운 시간은 어찌 이리 금방일까.

연구소에서 아이들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부모님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급하다. 유난히 친구들에게 '빨리빨리'를 많이 하며 재촉하게 된다.

오늘도 나의 수업은 기승전결이 매끄럽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담아갔을 겨울 계곡과 겨울숲의 기억은 따뜻하고 흥미로웠던 한 장면으로 각인되었으리라 믿는다.


언젠가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되었을 때 그들의 자녀를 이곳 자연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부모가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