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아가씨는 없어
하루종일 비 온댔음. 새벽. 잠이안옴
새벽두시에 우는 아이를 달래안으려 토닥이는데 드르렁 코고는 소리가 들리니까 화가 치밀어올랐다
부모는 둘인데 책임과 수고는 '엄마'인 나의 몫인가?
'엄마'라는 단어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기엔 나는 아직도 굳은살이 덜 박힌 존재라서 문득문득 이 부당함과 부조리를 소화하는데 울음이 필요하다. 잠든 아이 앞에서 울 수는 없어서 거실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입을 비틀어가며 엉엉 울었다.
'나'라는 젊은 여자가 오늘 운 만큼 녹아내렸다. 딱 고만큼만 녹아서 소리없이 흘러내려갔다. 이렇게 녹다보면 무슨일이든 대수롭지않은 애엄마가 서 있겠지. 마음을 가라앉히고 삼일째 씻지못한 몸을 천천히 씻고, 젊은여자처럼 머리를 오래말리고 꼼꼼히 빗어내리고 묶지않았다.
동터오는 새벽하늘이 젊은여자인 '나'에게는 불안의 열매였지만, 엄마인 '나'에게는 자유에 드리운 커튼이라서 참 예쁘고 아쉽다. 밝아오는 하늘을 친구삼아 마카롱과 우유를 쪼꼼씩 아껴가며 귀하게 먹었다. 사실 차갑고 쨍한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었는데 커피내리는 소리에 애가 깰까봐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