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은 개념의 이해를 돕는다.

개념은 대부분 '글'보다 '장면'으로 이해된다.

by 실레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순간이 있다.

문장은 분명 읽었는데, 개념이 머릿속에 남지 않을 때,

단어는 이해했지만, 의미가 손에 잡히지 않을 때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더 많이 읽는 것도, 밑줄을 치며 요약하는 것도 아니다.

개념 이해에 가장 강력한 도움을 주는 것은 상상력과 이미지다.


우리가 마주하는 낯선 '개념'은 대부분 추상적이다.

쉬운 개념을 예로 들면, '시스템', '구조', '권력', '시장', '관계' 같은 단어들이 있다.

이런 단어들은 사전적 정의로는 잘 와닿지 않는다.

이때 개념을 문장으로 붙잡으려 하면 자꾸 미끄러진다.

대신 머릿속에서 장면 하나를 만들어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시스템'을 이해할 때, 각자 떠올리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공장 컨베이어벨트를, 누군가는 컴퓨터를, 누군가는 회사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농산물을 거래하는 장면을, 누군가는 주식 트레이딩 서비스 화면을 떠올릴 것이다.

이런 '장면'을 떠올리려면 정보가 있어야 한다.

정보 없이 모르는 단어에 대한 장면을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 단어로 인해 연상되는 단어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개념에 대한 정보는 책 속에 있다. 책 속에는 어떠한 개념에 관해 길게, 혹은 짧게 설명이 적혀 있다.

그 설명을 통틀어서 개념이라고 불러도 된다. 설명 속 아는 단어들과 맥락들을 파악하여 머릿속으로 정리해야 한다. 정리하는 과정에 있어 머릿속에서 상상을 더 한다면 이해가 훨씬 쉬워지게 된다.

이는 개념, 구조, 맥락 파악 등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다. 소설 속 장면도 구체적으로 상상하면 몰입이 잘 되는 것과 같다.


상상은 이해를 '내 것'으로 만든다.

이미지를 활용하면 좋은 이유는 간단하다. 상상은 남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내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권력은 관계 속에서 작동한다."라는 문장을 읽었다면,

머릿속에 회의실 하나를 떠올려본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 눈치를 보는 사람, 침묵하지만 결정권을 쥔 사람 등.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해당 장면을 강력하게 상상하는 순간, 문장은 현실과 연결된다.

이렇게 이해한 개념은 잘 잊히지 않는다.


이러한 이미지 활용은 독서를 능동적으로 만든다.

상상력을 쓰는 독서는 수동적이지 않다.

글자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책과 대화를 한다.

"이걸 내 삶에 빗대면 어떻게 될까?"

"이 개념을 공간으로 표현하면 어떤 형태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며 책을 읽는 순간, 독서는 수용이 아니라 사고 활동이 된다.

특히 인문서나 경제서처럼 개념 밀도가 높은 책일수록, 상상해 보는 시간이 전체 이해도를 높여준다.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잘 안 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설명이 아니다.

반복적인 읽기 또한 아니다.

머릿속에 하나의 장면을 그려보는 것. 그것이 이해에 가장 도움 되는 활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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