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씩 정독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병렬독서.
많은 사람들이 책 한 권을 끝내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병렬독서는 집중력을 흩트리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이해력과 지속력을 높이는 읽기 전략게 가깝다.
병렬독서의 장점들에 대하여 설명해보려 한다.
(경험에 근거한 개인적인 견해다. 한 권씩 읽어나가는 독서가 훨씬 잘 맞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1. 뇌의 피로를 줄여 독서 시간을 늘린다.
한 가지 종류의 정보만 오래 처리하면 인지 피로가 빠르게 쌓인다.
특히 어려운 인문서나 철학서를 오래 붙잡고 있으면 이해가 안 되는 구간에서 뇌가 멈춰버린다.
병렬독서를 하면 다음과 같은 순환이 생긴다.
어려운 책 - 에너지 소모
가벼운 책 - 기력 회복
다시 어려운 책 - 이해도 상승
즉 휴식 없이도 휴식 효과가 생긴다. 이는 여러 권의 책을 연이어 읽을 때의 얘기지만, 시간대에 따라 책을 달리 읽어도 인지 피로가 분산되는 효과는 마찬가지다.
2. 이해력이 높아진다.
한 권만 읽을 때는 정보가 '선형'으로 쌓인다.
하지만 여러 분야를 동시에 읽으면 개념이 서로 연결된다.
이는 흔히 말하는 '통찰력'의 영역이다.
예를 들어, 역사책을 보다가 철학 책을 보고, 경제 책을 보고 다시 처음에 읽던 역사책을 볼 경우 같은 문장이 다르게 읽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이 교류하며 생긴 결과다.
사실 축구에서 골을 넣기 위한 빌드업이 회사에서 팀단위의 업무를 할 때와 겹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철학책을 읽다가 투자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이는 인간이 인지하고 있는 수학, 물리학, 경제, 경영, 철학, 건축, 예술 등 모든 분야들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종의 기원을 읽으며 '환경에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배우고 난 뒤, 주식 투자 책을 읽다가 '현재 거시 환경에 적응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병렬독서를 하다 보면 깨달음의 순간이 꽤 자주 찾아올 것이다.
3. 독서 슬럼프가 사라진다.
독서를 하다가 너무 지루하거나, 난이도에 장벽이 있어서 책을 포기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병렬독서는 이러한 장애 요소를 제거해 준다.
지루하면 다른 책으로 이동할 수 있고, 막히면 쉬운 책으로 옮겨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루하고 어려운 책을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려운 책에 막히더라도 읽을 수 있는 책이 항상 존재한다는 상태가 만들어진다.
독서 습관은 의지가 아니라 저항이 적을 때 유지된다.
그러니 쉬운 책을 달고 사는 것은 장기적인 독서 습관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꾸준한 독서가 가능해진다는 것은,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다는 의미다.
4. 완독 확률이 올라간다.
책을 한 권만 읽다가 막히는 구간에서 멈추면, 재진입하기에 진입장벽이 생긴다.
병렬독서를 하면 매일 어떤 책이든 읽게 되므로 읽는 근육이 유지된다.
결국 멈췄던 책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한 권씩 읽는 독서방법보다 병렬독서가 완독을 할 확률이 높은 이유다.
5. 생각하는 독서가 된다.
한 권에 빠져들어 책을 읽으면, 저자의 사고 흐름에 종속될 수 있다.
여러 권을 읽으면 비교가 시작된다.
같은 주제의 다른 주장을 하는 책을 읽거나, 다른 분야의 같은 원리, 다른 시대의 같은 문제를 다룬 책들을 동시에 읽다 보면 책에서 주장하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눈에 띄게 된다.
이는 독서를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사고 활동으로 바꾸게 되는 이유다.
내가 추천하는 병렬 독서법이 있다.
무거운 책(어려운 책인 것을 알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책), 지식 책(역사, 경제, 과학 등), 가벼운 책(에세이나 소설), 언제든 펼칠 책(책 구성이 1~2페이지가 한 챕터로 구성된 짧은 글 모음), 흥미용(취미, 관심분야) 책.
이렇게 5 종류의 책으로 구성하고, 다 읽은 책은 비슷한 맥락의 책으로 대체한다면 병렬 독서를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도 위 방법을 꾸준히 써왔던 것은 아니다. 여기에 글을 포스팅하려고 하다 보니 위의 구성을 떠올린 것뿐, 내가 오랫동안 쓴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저 구성을 떠올렸고, 나도 당장 저 구성대로 독서를 꾸준히 할 생각이다.)
그리고 다른 구성의 병렬독서가 아닌 위의 구성으로 책을 읽어봤을 때, 가장 편한 독서가 가능했다.
나는 10권이 넘는 책을 병렬로 읽기도 하고, 비슷한 분야의 책들을 한 번에 읽은 적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구성으로, 어려운 책들 여러 권을 두고 병렬독서를 하면 인지적 피로를 가중시킬 때도 있었다. (물론 다른 책을 펼쳤다는 이유로 정신이 환기되는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위의 무거운 책, 지식 책, 가벼운 책, 언제든 펼칠 수 있는 책, 흥미용 책이라는 다섯 권의 구성을 병렬독서로 끌고 간다면 분명히 오랫동안 독서 습관을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병렬독서는 '독서를 멈추지 않게 만드는 환경 설계'다.
한 권씩 끝내려는 성실함도 좋지만, 여러 권을 오가며 이어가는 지속성이 더 많은 책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