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같은 책도, 읽는 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책이 되기도 한다.
책은 분야에 따라, 읽는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
독서를 하다 보면, 자신이 자주 읽는 분야가 생기기 마련이다.
문학을 많이 읽는 사람.
철학책을 많이 읽는 사람.
경제, 경영 책을 많이 읽는 사람.
책을 읽다 보면 자신만의 '주 분야'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낯선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어진다.
내가 평소 읽던 분야와 다른 책을 읽으면,
집중력, 시간당 읽는 분량, 이해도 등 모든 능력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 원인 중 하나가 '내가 읽던 분야와 같은 목적으로 책을 읽기 때문'이다.
문학은 '성과'를 내기 위한 독서가 아니다. 통찰을 얻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허용하는 것에 가까운 장르다.
문학은 '감상'이 주된 목적이다.
인문서, 사회서, 철학서 같은 책은 감상이 아니라 깊은 사고를 요구한다.
이때 독서는 논리 파악과 내 사고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작업을 요구한다.
업무에 적용하기 위한 책은 '실용'과 '흡수'를 전제로 한다.
업무, 투자, 기획, 기술, 실용서는 내 삶에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읽는 것이다.
이런 책은, 책의 내용을 직접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책을 진지하게 대해서도 과한 피로감이 쌓일 수 있고,
모든 책을 가볍게 읽으려 해도 남는 것이 적어질 수 있다.
독서가 힘들어지는 때 중 하나는, 이러한 목적이 혼용될 때이다.
근데 내가 앞서 말한 문학, 업무 등 분야에 대한 독서 목적이 '정답'은 아니다.
같은 책도, 읽는 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책이 된다.
즉, 책은 '분야'별로 독서 방식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오로지 책을 읽어나가는 주체인 '나'에 집중하여 목적을 설정해야 한다.
문학을 읽을 때, 그저 감상하며 이야기에 잠기고 싶을 때가 있고
어떤 날은 문장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읽을 때가 있고
어떤 때에는 인간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혹은 통찰을 얻기 위해 공부하듯 읽기도 한다.
이 모든 방식은 옳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방식을 '동시에' 적용하며 책 한 권을 읽어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감상을 위해, 통찰을 위해, 유명한 작품이기에 그저 '궁금해서',
감명 깊게 본 영화의 원작이어서 등 책을 읽는 목적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른 법이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목적을 정하지 말고 한 가지 목적만 정해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같은 책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 하면, 책을 읽는 '페이스'가 섞여 피로감이 빨리 쌓인다.
단거리 달리기와 장거리 달리기, 걷기를 동시에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같은 책을 통해 여러 목적을 달성하고 싶으면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 나가야 한다.
물론, 감상을 위해 읽다가도 통찰을 얻을 수는 있지만 목적 자체는 감상을 위해 읽는 것이므로 여유를 가지고 읽어야 한다.
감상을 위해 읽다가 통찰을 얻은 경험을 했다고 해서 다른 책을 읽을 때 감상의 목적과 통찰 획득의 목적을 동시에 지니고 읽는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 말 것이다.
목적을 정하고 읽으면, 책을 읽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코스모스, 총균쇠, 사피엔스 같은 인문학의 간판급 책들을 읽고 싶은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럴 때는 '지적 호기심'을 독서 목적으로 설정하고, 그저 완독을 목표로 읽어보는 게 좋다.
이해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이 천문학자, 지리학자, 역사학자가 아니라면 위 책을 읽고 빠른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정상이다.
나는 '총균쇠'를 처음 다 읽었을 때, 그저 "환경이 많은 것을 결정짓는 핵심이다."라는 한 문장만 남겼다.
'총균쇠'에 나오는 역사적인 스토리는 생각보다 재미있었지만, 솔직히 너무 어려웠다.
만약 내가 '이해'하는 것에 집착했다면 책을 완독 하지 못했을 것이며, 2독, 3독까지 이어지지도 못했을 것이다.
'책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내용의 일부만 기억할 거면 유튜브의 요약 영상이나 요약 글을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책을 7시간에 걸쳐 완독 했을 때 한 달 후 비록 읽은 것의 5%만 남더라도,
한번 완독을 했다면 2독 할 때 훨씬 많은 것을 얻어간다.
그러나 요약된 정보를 얻어도, 정보 획득 후 책을 처음 읽는다면 그때가 1독이기에 2독의 효과는 절대 보지 못한다.
설령 책의 내용을 다 '인지'했다고 해도 말이다.
요약은 의미가 있지만, 오직 스스로 할 때 의미가 있다.
남이 요약해 준 정보를 보는 것은 결코 내 안에 무언가를 남기지 못한다.
그저 무언가가 남았다는 착각, 기분만을 얻을 뿐이다.
이는 운동 영상을 보는 것과 운동을 직접 하는 것만큼이나 큰 차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책을 펼치기 전, 이 질문은 꼭 해야 한다.
"지금 이 책을 왜 읽으려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지면 읽는 속도도, 집중도와 집중하는 지점도, 내 삶에 남기는 흔적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