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은 내 생각의 움직임을 남기는 기록이다.
책을 읽은 후, 시간이 흐르면 책의 내용을 까먹기 마련이다.
소설을 읽은 후의 감동도 옅어지고, 자기 계발서를 읽은 후의 열정도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지식을 얻기 위한 책의 내용은 반복하지 않으면 내용이 옅어져 정확한 개념이 떠오르지 않고 헷갈리기 마련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거나 책 속의 문장을 옮겨 적는 등의 일을 한다.
책을 내 삶에 최대한 오래 남기기 위한 행위의 하나로 '독서록을 작성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독서록은 쓰기 쉬운 것이 아니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해도, 책 속의 일부만 발췌하여 기록해도 독서록을 잘 썼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 마련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독서록 작성도 구조화를 하면 더 쉬워지고 효과도 좋아진다.
책을 읽고 책의 모든 내용을 적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독서록의 최소 구조 3단계가 있다.
1. 멈춰 서게 만든 지점 기록하기
인상 깊은 문장 하나, 이해되지 않았던 주장, 불편하거나 반박하고 싶던 부분 등
문장과 함께 왜 거기서 눈이 멈췄는지를 '한 줄'로 적는다.
2. 그때 떠오른 생각
내가 작가의 주장에 동의하거나 비동의한다는 생각, 내 경험과의 연결, 처음 든 감정 등을 적는다.
이는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다. 내 생각의 원형에 가까울수록 좋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메모는 색깔을 구분하여 적는다.
3. 지금의 질문 하나
책을 다 읽은 뒤 이 책이 남긴 의문이나, 당장은 답이 없는 질문, 다시 읽게 된다면 캐내고 싶은 지점 등
질문으로 끝내는 독서록은 책을 다시 읽게 만들어준다.
이런 식으로 독서록 작성 후에 다시 책을 읽을 때 내 안에 엄청난 지혜가 흘러들어오는 법이다.
줄거리나 내용 요약은 어디까지가 적당할까?
요약이 길어질수록 독서록은 설명문이 된다.
그저 핵심 맥락을 한 단락 이내로 적고, 이 책의 내용보다는 이 책이 주는 통찰을 요약하여 적는 것을 추천한다.
독서록이 적기 힘든 것이 돼버리면 자연스레 적지 않게 된다.
많은 것을 담기보다 압축된 정수를 뽑는다는 느낌으로, 내용을 최대한 압축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하여 한 문장의 통찰로 적을 수 있다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나서,
독서록에 "진리란, 모순 속에서 피어나는 법이다."라는 문장을 적어놨는데, 스스로 매우 만족했다.
그 만족감에 책을 한 번 더 읽고 나니 이번엔
"인생은 투쟁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석판을 부순다'는 표현은 데미안의 구절에 나오는 '새가 태어나기 위해 자신의 세계인 알을 깨는 것'과 비슷한 표현이 아닐까?"라는 두 문장이 태어났다.
내가 정리한 통찰이 '정답'은 아니고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의 통찰'도 아니겠지만,
분명 내가 책을 읽었을 당시의 기분이나 깨달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니 줄거리나 내용에 대한 요약은 최대한 짧게 하고, 통찰을 남기는 것에 집중하라.
줄거리나 내용은 책에 다 나와있지 않은가?
독서록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독서록을 쓰다 보면 누군가 보는 사람이 있는 듯 '내 생각이 얕은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든다.
나만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감정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서록은 평가 대상이 아니다.
이해 못 했다는 솔직한 메모가 오히려 이해를 돕는다.
반감이 들었던 문장이나, 세간의 평판만큼 내 안에 감동이 오진 않았다는 식의 '솔직한' 문장이
내 수준을 높여주는 법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공감이 안되고 느껴지는 게 없다면 그런 감정을 적어두면 된다.
이렇게 적을 수 있는 것이 독서록의 가장 큰 장점이니, 꼭 솔직하게 메모하길 추천한다.
독서록을 꾸준히 쓰는 현실적인 팁을 주자면
"무조건 짧게 쓰되,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정수를 뽑아낸다는 생각으로 짧게 쓰라"
라고 말해주고 싶다.
짧게 쓰면 지속가능하다. 무엇이든 쉬운 일이 지속이 쉬운 법이다.
하지만 짧기만 하면 내 안에 남는 것이 적다.
때론 너무 짧은 형식적인 기록은 내 안에 남는 것이 아예 없기도 하다.
그러니 충분히 사색한 뒤 적길 추천한다.
"이 몇백 페이지 분량의 책을 단 몇 마디로 요약하려면 어떡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과학 전문서적을 읽고도 철학적인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도 있고,
지리나 역사에 대한 책을 읽으며 투자에 대한 통찰을 떠올릴 수도 있다.
뭐든 좋으니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한 문장을 남겨보길 바란다.
완벽하게 쓰려하지 마라.
완벽하면 더 나아갈 길이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