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8년에 쓰인 세계 최초의 주식투자에 관한 '문학'
제 네이버 블로그 글인 '실레의 글창고'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 링크 : https://blog.naver.com/kuksc8513/224228122798 )
이 책은 굉장히 특이한 책이다. 무려 17세기에 쓰인 책이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한 주식에 관한 책이다. 스페인어로 쓰인 네덜란드 주식에 관한 책이라는 게 독특하다. 그리고 투자의 대가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극찬한 책이기도 하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문학의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철학자'와 '상인'과 '투자자'의 대화 형식을 띠는 책이다.
수 백 년 전인데도 지금과 닮은 점이 너무나 많다. 공포 매도와 테마주와 비슷한 사례들이 존재했고, 심지어 옵션들도 존재했다. 지금도 상승장을 불 마켓, 하락장을 베어 마켓이라고 부르는데, 책에서도 곰과 황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 이 책이 곰과 황소에 대한 이야기를 한 기록 중 가장 먼저 기록된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당시에도 공매도가 존재했고, 그래서 공매도를 금지했다고 한다. 읽으면서 정말 놀라웠다.
상인과 철학자는 결말 부분에 투기는 질색이라고 이야기한다. 철학자는 주식을 끝까지 보유하고 있어야겠다고 말한다. '부를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투기꾼이 되지 않는 것이 낫겠지만 그런 말을 한다는 자체가 정직한 주식 거래가 아니라 투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 되겠다고 말한다. 공정한 주식 거래가 오히려 투기보다 더 미심쩍어 보인다는 말로 책이 마무리되는데, 시장에 대한 굉장히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솔직히 말해서 다양한 성향의 투자자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식 투자를 하는 이유는 '그 회사가 잘 되길 바라서 그 회사에 투자하는 마음'이라기보다는 '내가 수익을 보기 위해서'에 가깝다.
투기와 투자의 명확한 경계선은 없다. 사실 장기투자하는 이도 투기꾼과 다를 것이 없다. 결국 본인의 계좌를 불리기 위해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이들의 말에 휘둘리며 시장에 나온 주식 가격에 왜곡을 주지 말고 오랜 기간 주식을 보유하며 이득을 보는 것이 훨씬 더 낫다.
300년 전에 쓰인 책에 이러한 통찰이 담겨있는 것이 놀랍다.
"곰들(하락장을 원하는 이들)은 네덜란드 공화국이 전쟁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을 보고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외치고 다녔습니다. 실제로 일어날 일뿐 아니라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퍼뜨리고 다니며 거래소를 파괴했습니다."
이 문장이 정말 인상 깊었다. 저 당시에도 이미 일어나지 않은 일을 근거로 시장 가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 주식시장도 당연히 겪는 일이다. 그래서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이라도 주식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 워런 버핏 같은 인물들은 똑똑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기보다는 '자신이 무지하다'라고 끊임없이 되뇌며 크게 성공한 사람이다. 주식시장엔 일어나지 않은 일이 가격에 계속 반영되기 때문에 '실제 가치'와 '가격'에 차이가 생기게 되고, 그래서 가치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매입하는 일이 가능해지게 된다. 이것이 앙드레 코스톨라니, 벤자민 그레이엄, 피터 린치, 워런 버핏, 찰리 멍거 등의 투자자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페따꼼쁠리'라는 단어로 정의한 기정사실화에 대한 개념이 300년 전의 책에 이미 들어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이 책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듯, 전쟁 우려에 떨어졌던 주가가 전쟁 이후 회복되는 '아이러니'한 사실에 대한 내용도 적혀있다. 코스톨라니가 강조한 페따꼼쁠리에 대한 개념과 일치한다. (페타꼼쁠리란 '기정사실'을 뜻하는 단어로, 호재가 예상되면 미리 반영되어 실제 호재가 일어난 날짜에는 주식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주가가 빠지는 등의 현상을 말한다. 물론 호재가 아닌 반대로 악재의 경우도 포함하는 단어다.)
이 책은 시장의 '심리'적인 면에 대해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300년 전에 비해 투자에 대한 시스템과 형태 등은 많이 바뀌었지만, 본질적인 '심리'에 대한 것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물론 중개도 저 당시보다 훨씬 투명해졌고, 여러 면에서 투자 시장이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투자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는 앙드레 코스톨라니, 벤저민 그레이엄, 켄 피셔 등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고 워런 버핏, 레이 달리오 등 현대의 투자자들도 시장 심리에 대해 공통된 의견을 말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저자 조셉 드 라 베가가 비유적인 표현도 많이 썼기 때문에 번역 과정에서 탈락된 것도 있고, 그에 대한 해설이 책에 다 쓰여있다. 주식 투자에 대한 기술 같은 것은 나와있지 않다. 하지만 시장 심리에 대한 통찰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