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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박찬욱
장르 : 서스펜스, 드라마, 로맨스
OTT : 넷플릭스, 티빙, 쿠팡, 왓챠
2022년 / 러닝타임 - 138분
주연 배우 : 박해일, 탕웨이
산에서 일어난 사망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해준(박해일)이 그 사건의 살해 용의자인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수사과정에서 묘한 감정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지는 이야기다.
기도수라는 인물이 사망한 사건이 영화의 발단이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해준은 기도수의 아내를 의심하게 된다. 기도수의 아내인 송서래는 중국인이어서 한국말이 서툰 사람으로 나온다. 여러 정황상 해준은 서래를 의심하게 되고, 서래를 미행하다가 그녀가 간병인으로 일하며 할머니도 잘 챙기고 의외로 선행을 많이 베푸는 모습을 보고 묘한 동정심과 관심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서 해준은 묘하게 서래의 편으로 기울게 되고, 물증이 없으니 자살로 사건을 빨리 종결 내게 된다.
해준은 서래에게 찾아가 사건이 끝났음을 알린다. 그 둘은 묘한 감정이 짙어져 서로 마음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해준은 서래의 알리바이 중 하나였던 '간병인 활동'의 대상자인 할머니의 집에 가서 할머니의 폰을 보다가 그 폰이 서래의 폰과 같은 것을 확인한다. 할머니 폰의 계단 오르기 앱에 기도수가 죽은 날에만 활동량이 많은 것을 보고 해준은 서래를 다시 의심한다. 그리고 할머니가 치매에 걸려 요일 구분이 힘들어 알리바이가 조작되었음을 깨닫고 의심은 확신으로 변해서 살인 시나리오를 스스로 검증해 보고, 서래가 기도수를 죽였음을 깨닫게 된다.
저 폰은 바다에 던져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그리고 해준은 서래에게 왜 그랬는지를 따져 묻고, 자신의 경찰로서의 자부심이 무너져 자신이 붕괴되다고 알리며 서래를 놓아준다. 서래에게 증거가 될 수 있는 폰은 바다 깊숙이 던지라는 말을 남긴다. 서래는 해준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붕괴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며 눈물을 흘린다.
여기까지가 영화 초반부~중반부까지의 스토리다.
이후 해준은 우울증에 걸려 원래 있던 '부산'에서 '이포군'으로 근무지를 옮긴다. 하지만 그곳에서 또 서래를 만나고, 서래가 재혼한 남편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며 해준은 서래가 범인임을 확신하며 문책한다.
다른 남자와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서.
서래는 해준의 집에 찾아가 해준을 껴안는다. 그리고 해준이 왜 그런 남자와 결혼했냐고 묻자. 다른 남자(해준)와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해준은 또 묘한 감정을 느낀다.
사실 서래는 해준이 증거품을 버리라고 말한 통화 녹음을 자신에 대한 '사랑 고백'과도 같다고 여기며 자주 듣고 있었고, 이를 눈치챈 서래의 두 번째 남편이 해준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폭로하려 했다. 그러면 해준의 삶이 또 붕괴될 수도 있다고 느낀 서래는 남편을 없애기 위해 남편과 원한관계가 있는 자를 이용해서 그가 남편을 죽이도록 유도한 것이다.
서래는 미결사건을 정리해 놓고 두고두고 생각하는 해준을 알기에 스스로 미결사건이 되고자 자신을 아무도 못 찾는 곳에 빠뜨리기 위해 바닷가의 모래 속에 스스로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밀물 시간을 기다리며 죽음을 맞는다. 자신을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하려는 것이다.
폰을 깊은 데 빠뜨려라는 해준의 말은, 서래에겐 해준이 경찰의 자부심을 내려놓으면서까지 자신을 지키려 한 말이자 사랑고백과도 같아서 해준과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수 없이 해당 대화 녹음을 혼자 들으며 해준을 추억했다. 결국 서래는 아무도 못 찾는 곳에 빠지며 스스로 '미결사건'이 되어 해준에게 영원히 남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박찬욱 특유의 정교한 연출과 디테일한 미장센이 정점을 이룬 영화라고 생각된다. 장면 전환이나 시점 이동, 그리고 문자를 썼다 지우는 장면을 통한 인물의 심리 묘사 등이 쓸데없는 잔 설명 없이 서사를 전개하게 만든다. 그리고 인물 내면의 미세한 심리 변화를 매우 잘 나타낸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서래라는 캐릭터도 매혹적이다. 어눌한 한국어가 신비로움과 거리감을 강화하여 해준의 집착을 유발한다. 그리고 서래의 내면을 구체적이고 깊이 드러내주지 않아서 서스펜스적인 요소도 놓지 않고 있다. 물론 해준과 대화를 할 때는 그녀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녀가 '살인'이라는 선을 넘는 범죄를 저지른 인물이라는 점과 '순애'를 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섞이며 모순적인 캐릭터가 되었고, 이 점이 영화를 보는 이에게 '알 듯 말 듯한 상태'를 유지하게 만든다. 서래가 영화 초반에 해준의 질곡동 사건을 들으며 '죽을 만큼 좋아한 여자네'라는 표현을 썼는데, 서래도 해준을 죽을 만큼 사랑했음이 영화 결말에 드러난다.
영화 결말부에 서래가 해준에게 중국어로 "당신이 사랑을 말했을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다.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라는 뜻을 이야기한다.
'사랑을 말했을 때'는 '서래에게 폰을 버리라고 말한 그 대화'를 뜻한다. 해준이 스스로 붕괴되면서까지 서래를 지키려 한 것. 그것이 '사랑을 고백한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사랑이 끝났다'는 말은 서래가 범인임을 깨닫고 사건의 진상을 모두 알아서 혼자 '해결'해버린 순간. 즉, 사건이 해결되며 서래를 놓아준 순간을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사랑의 끝'이 '사건의 끝'이라 해석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서래는 해준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바쳐 '미해결사건'이 되기로 한 것이다. 사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사랑이 끝나지 않음을 뜻하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