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시리즈의 프리퀄
이 글은 제 네이버 블로그 '실레의 글창고'에서 퍼온 글입니다. (링크 : https://blog.naver.com/kuksc8513/224241765897)
구상섬전은 구 모양의 번개를 말한다. 아직까지 과학계에서 명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한 자연현상으로, 실제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튜브에 검색해 보면 여러 영상이 나온다.
소설은 '삼체' 시리즈의 시간 순서상 전편이어서 프리퀄 격으로 볼 수 있으나, 삼체 본편과 따로 봐도 무방한 소설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제목이 '삼체'인 것은 무의미하고(삼체 본편에 등장하는 외계 문명이 세 개의 태양이 있는 곳에 사는 외계 문명이므로 제목이 삼체이기 때문이다.) '구상섬전'만 남겨도 될 것이다.
삼체 시리즈의 프리퀄 격의 소설이다.
삼체 시리즈 본편과의 연결고리는 약하다.
소설 속 물리학자 '딩이'가 삼체 본편에 등장하며, 구상섬전 편 마지막에 외계인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다는 것 정도가 연결점인 것 같다.
그렇지만 삼체 본편에서 '천재 물리학자'로 등장하는 딩이가 구상섬전 편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니 반가웠다.
딩이는 삼체 본편에서는 비중이 높으나 구상섬전편에서는 조연 역할이고, 첸과 린윈이라는 인물이 주연이다.
첸은 어릴 적 생일날 구상섬전에 의해 부모님을 잃고, 이 때문에 구상섬전의 정체를 밝히겠다는 신념이 생긴 인물이다.
린윈은 여성 군인으로, 무기에 대한 집착이 있고 신개념 무기 개발에 몰두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구상섬전의 무기화에 큰 관심이 있어 첸과 함께 구상섬전 연구를 하게 된다.
첸은 구상섬전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끔찍하게 생각하고, 린윈은 무기화에 큰 관심이 있어 갈등 요인이 된다.
소설 후반부에 구상섬전의 정체가 '거대한 전자'로 밝혀지고, 거시 원자들도 있음을 알아내어 원자핵까지 발견한다. 린윈은 거시원자핵융합으로 전자칩을 소멸시킬 수 있음을 알아내고, 실제로 원자핵융합을 시도하여 그 자리에서 '양자화'가 되어버린다.
린윈은 양자유령이 되어 삶과 죽음의 중첩 상태에 놓인다.
결말에 린윈은 첸을 찾아와 푸른 장미를 놓고 가는데, 첸이 이를 관측하자 장미는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첸은 장미가 그 자리에 확률구름 상태로 존재함을 알고 빈 화병을 소중히 다룬다.
실제로 첸의 가족들도 한 번씩 푸른 장미를 목격한 것으로 나온다.
소설 도입부에 나오는 첸의 부모가 죽기 전 남긴 말이 인상 깊다.
(첸의 아버지) 결국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는 비결은 무언가에 깊이 매료될 수 있느냐에 달린 거란다.
(첸의 어머니) 맞아. 이상주의자와 염세주의자는 서로를 불쌍하게 여기지만 사실 그들은 모두 운이 좋은 셈이야.
이 소설에 나오는 린윈도, 첸도, 첸의 연구에 도움이 된 스승과 지인들도 모두 무언가에 깊이 몰두한 인물들이다.
무언가에 몰두하는 것 자체로 그 삶은 아름답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의 광적인 집착에 흠칫하기도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결국 그들의 인생은 아름다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