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팅 멘트에 참고하면 좋을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by 박효경

호들갑 독일문학 12

- 플러팅 멘트에 참고하면 좋을 독일문학!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밤늦게 일을 하고 있었는데, 메신저로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었다. 내 게시물이 마음에 들어 말을 걸어본다는 그 사람은 영국 블레츨리에 살고 있고,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를 조금 한다고 했다. 어쭙잖은 영어 실력으로 메신저 대화를 이어간 지 보름 정도 되었을 때, 나는 만나보지도 못한 이 사람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다. 짧은 영어 실력이라 오역이 문제일까. 보내오는 짧은 메시지는 굉장히 로맨틱했다. 평소에 소설 읽는 게 취미라 그런지 멘트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나보다는 책도 많이 읽고, 외국어 배우는 게 취미인 친구 A에 도움을 요청하는데...



“어머 어머! 웬일이야! 어머 어머! 건어물 같은 네 인생에 무슨 촉촉한 이야기래! 안 그래도 내가 요즘에 로맨틱한 시를 발견했는데! 심지어 상황도 너랑 딱이네 딱이야! 라이너 쿤체라는 시인인데. 나는 이 시인을 사회체제를 비판하는 저항 시인으로만 알고 있었어. 근데 알고 보니 완전 사랑꾼이더라고! 라디오에서 시인이 쓴 시를 듣고 지금의 반려자가 반해서 편지를 보냈대. 그렇게 400 여통의 편지를 주고받다가 얼굴도 모르는데 청혼해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는 거야. 이번 시집에 아내에게 보내는 시가 여러 편 실려있는데, 진짜 너무 로맨틱하다니깐. 83쪽 볼래? 하아... 맨날 화장실에서 하수구 청소하다가 머리카락 너무 많이 빠져서 이놈의 머리, 삭발을 해버려? 이런단 말이지. 근데 이 시인은 빠진 애인의 머리카락을 보고도 사랑스러움을 느끼고 시로 써버리는 거지. 이거 완전 플러팅 멘트로 대박이지 않냐? 그리고 93쪽으로 가봐. 누가 나한테 이렇게 말해주면 나는 이미 넘어갔다 갔어. 맞아! 그 사람 독일어도 할 줄 안다 했지! 이 시집이 좋은 게 뭐냐면 원문이 바로 옆에 있어. 시란 게 읽는 맛도 중요하잖아. 소리 내 읽어보면 너무 좋아. 읽어줄까? 아~그럴 필요는 없다고? 하아... 어디 독일어 하시는 분 없나? 라이너 쿤체 시로 플러팅 해보고 싶은데...”



친구 A가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을 때, 메신저 그 사람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기가 지금 여행 중인데 급하게 돈이 필요하니 송금이 가능하겠냐는 내용이었다. 여행? 송금? 수상해 여기저기 검색해보니 로맨스 스캠이라는 신종 범죄가 있다고. 친구 신청을 해 다정하게 접근해 결국, 돈을 요구하는 범죄라고. 그러고보니 프로필에 인위적인 부분이 보였고, 그 사람의 영어도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부분이 있었단 걸 눈치 챘다. 나보다 들뜬 친구 A의 전화를 끊고, 메신저에서 그 사람을 차단했다. 그러지 마라. 외로운 사람 건드리는 거 아니다. 하나 남은 맥주 캔 따는 소리만 방안을 울린다.


<은엉겅퀴/ 라이너 쿤체(전영애·박세인 옮김)/ 봄날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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