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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경 Oct 20. 2022

계약 시 조심해야함을 몸소 알려주는 책

호들갑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21 

  -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지 않고 도장을 찍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알려주는 책     



    야근 후 살짝 출출해 회사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컵라면은 너무 과하고, 삼각김밥은 땡기지가 않아 빵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때 마침 친구 A가 전화를 걸어왔다. 한층 상기된 친구 A는 속사포처럼 나에게 어처구니가 없는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하는데......    



 

   “나! 방금 <작은 아씨들> 1화 봤어! 이거 퀴어연애 드라마야? 3층 왕따랑 4층 왕따가 서로 사랑 하는 얘기인 거야? 드디어!! 한국 드라마에도 레즈비언 로맨... 뭐? 아니라고? 근데 왜 이렇게 애틋해! 아 뭐야... 한국 드라마 안 본 사이에 난 또, 달라진 줄... 낚였네. 하아.. 내가 얼마 전에 읽은 독일소설도 날 실망하게 하더니... 너는 어렸을 때 책 읽는 거 좋아했으니깐 읽었을 수도 있겠다. <크라바트> 알아? 제목만 들어봤다고? 



  주변에 어렸을 때부터 책 좋아하던 친구들도 제목은 다 알더라. 꽤 유명한 청소년 문학인 거 같더라. 주인공인 크라바트가 꿈속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며 어느 방앗간으로 오라는 이상한 꿈을 꿔. 무시할 법도 한데, 주인공은 방앗간을 찾아 나서지. 주인이라는 작자가 크라바트에 일자리를 권하고, 우리 주인공은 홀린 듯이 방앗간에 일하겠다고 계약을 하지. 



  크라바트는 계약사항을 꼼꼼히 확인했어야했어. 뭐든 함부로 오케이 하면 안 되는데 말이야. 그곳은 그냥 방앗간이 아니었어. 마술사의 방앗간이야. 크라바트 외에도 11명의 직공이 있었는데, 다들 일에 지쳐서 신입인 크라바트를 돌볼 여력이 없어, 직공장이었던 톤다만 제외하고 말이야. 주인 몰래 마술을 써서 크라바트가 힘들지 않게 도와주고 친절히, 다정히 그를 대해줘. 여기서 낚였지. 둘이 잘 되는 줄 알았거든... 



   아무튼 흠흠. 그들은 방앗간 일도 하면서 틈틈이 마술공부도 해. 소설은 수상한 방앗간에서 노예처럼 묶여 일하면서 크라바트가 겪은 모험 이야기가 핵심인데, 초반에 톤다랑 크라바트 관계성을 잘못 읽은 바람에 조금 헤맸지만 헤헤 동화적인 모험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몰입해서 후루룩 읽게 돼. 


   에휴 마술을 써가면서 고된 방앗간 일을 하는 12명의 직공을 보니, 끊임없는 업무를 쳐내느라 커피를 물처럼 마셔대는 너가 생각나더라. 악덕한 주인이 어찌나 미운지. 너 또 야근했지! 스트레스 풀어야할텐데.. 흠 <크라바트> 어때? 재미도 있고, 쉽게 읽히고, 힐링에 딱이니 한번 읽어봐. 아 맞다! 이게 또 너가 좋아하는 와야마 선생의 작품과도 연관이 있는데 말이지...”       


  친구 A가 떠들어대는 방앗간 노동자 이야기를 들으니, 최근 봤던 뉴스가 떠올라 나는 편의점의 빵을 더욱 유심히 보았고, 나는 더이상 배가 고프지 않아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눈에 띄는 몇몇 간판을 여러 개를 건너오며 마음에 먹먹해졌다. 모든 노동자가 안전했으면 하고 달님을 보며 빌어보았다. 


 <크라바트/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박민수 옮김)/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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