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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경 Oct 06. 2022

책은 일단 덮고, 여기를 주목하세요!

호들갑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20 – 지금 독일문학 읽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 책은 일단 덮고, 여기를 주목하세요!     


     친구 A의 또 다른 취미는 외국어 공부다. 외국어에 능통하기보다는 미얀마어, 체코어, 러시아어 등등 포켓몬 트레이너처럼 수집하듯 외국어 공부를 섭렵한다. 공부의 최종 목적지는 ‘시원한 맥주 한 잔 주세요.’를 그 나라 말로 할 수 있을 때까지다. 이번에는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더니, 길을 걷다 히라가나, 가타카나만 보이면 소리 내 읽어대 나를 몇 번이고 성가시게 했다. 우리 집에 들른 친구 A는 그날 배운 문법과 함께 뜬금없는 영업을 시작하는데......     



   “오늘 배웠는데, 일본어로 ‘집에 가다’라고 할 때 ‘가다(いく/이쿠)’라고 하지 않고, ‘돌아 가다(かえ-る/카에루)’라는 동사를 쓴대. 근원이 되는 곳으로 갈 때는 단순히 ‘가다’가 아니라 ‘돌아가다’라는 동사를 쓴다더라. ‘돌아가다’라는 표현은 그래서인지 돌아가면 나를 반겨주는 누군가가 있거나 오롯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도 왜, 힘들면 집에 가고 싶다는 소리 하잖아. 일본이나 한국이나 집을 안전하고 보호받는 공간으로 여기는 거 같아. <나츠메 우인장>알아? 도움을 요청하는 요괴를 외면하지 못하는 나츠메가 네코센세와 함께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이야기야. 특별하지 않은 서사인데, 왜 볼 때마다 힐링이 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츠메의 ‘돌아가는 곳’이 생겨서가 아닐까. 시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에피소드 주제가 ‘돌아갈 곳’이더라고. 나츠메에게 ‘돌아갈 곳’은 물리적인 ‘집’이 아니야. 꼭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을 의미하는 게 아니란 말이지. 요괴를 본다는 것처럼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나를 외면하지 않을 친구들이 있는 곳. 시끄럽고 제멋대로이지만 주인공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요괴들이 있는 곳. 도움이 필요한 사정을 알아채고 선뜻 자신의 공간을 내어준 먼 친척이 반겨주는 곳. 겉돌기만 하고 눈치만 보던 나츠메에게 근원이 되어주는 곳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거 같고, 안심되고... 요즘같이 고자극 콘텐츠가 넘쳐나는 때에 잔잔하면서 귀엽고 애틋한 애니가 있다니! 등장하는 요괴랑 사람들 캐릭터가 사랑스러운 것도 한몫하는 거 같아. 나는 그중에 중급요괴가...”       


      친구 A는 내가 한동안 일본어 과외로 밥벌이한 걸 잊은 걸까? 그리고.. <나츠메 우인장> 내가 추천해준 만화인걸 까먹고 나에게 역 영업하는 건가? 저기 저렇게 버젓이 꽂혀있는데! 참... 지겹다. 지겨와 나는 집에 돌아왔는데 왜 이렇게 집에 가고 싶을까? 외롭다 외로워. 가장 친한 녀석이 이렇게 나한테 무관심이라니...


                                                                                        <나츠메 우인장/미도리카와 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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