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남자아기 키우기
임신과 동시에 집에 머물기 시작하면서 아기가 11개월에 접어든 지금 의도치 않게 약 2년정도의 기간을 집순이로 살아가고 있다.
독일에서는 태아에 위험을 줄 수 있는 위험군의 직업군에 종사할 경우 의사의 소견을 제출하면 Arbeitsverbot, 업무 금지를 받게 된다. 독일에 난민으로 들어온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기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환경이 각종 전염병 혹은 청소년들이기에 언제 어떤 폭력적인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곳이라 임신을 하면서 기관담당 의사의 소견에 따라 업무금지를 받게 되었다
일은 하지 않지만 월급은 나오는 참 신기한 제도였고 어느덧 2년 가까이 집에서 머물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한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들은 본인들의 나이와 이름을 잊는다더라.. 불행 중 다행 내 아이가 나와 같은 띠, 돼지띠다. 아이의 나이에 36을 더하면 내 나이라 나이를 잊을 리 없고 여기서는 내 이름으로 어딜 가도 불리니 이름을 잊을 리 만무하나 시간이 갈 수 록 내 존재를 잊고 지내는 듯하다.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일을 하고 살았으며 취미는 뭐였으며... 온전한 나로서의 나는 조금씩 찾아보기 어려운 시간들이 이어진다. 이러한 건 나뿐만 아니라 독일 엄마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아기의 신체발달을 향상시켜주는 코스(한국으로치면 문센)에서 만난 엄마들과 Zoom으로 일주일에 한 번 저녁시간 8시 30분에 채팅을 하는데, 이번 주제는 나를 위한 취미를 어떤 것을 하고 있나´였다.
아이를 위한 앨범 만들기, 아이와 함께 산책 가기, 아이를 위한 요리하기, 아이와 음악 활동하기.. 아이와 요가하기.. 등등.. 온전히 나를 위한 취미는 없는 삶이 이어지는 건 엄마가 되면서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싶으면서도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브런치로 글을 쓰는 것이었다.
아이가 자고 있을 때,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 시간에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 나를 위해, 나의 추억과 현재와 미래를 위해 조금씩 글을 써 감으로써 나를 위한 취미를 만들어 가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물론 이러한 마음가짐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초기 육아를 하는 엄마로서 나의 존재를 잃고 싶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