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참 공통점이 적은 사람들이다.
행동이 느린 남편, 행동이 빠른 나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적어 칼을 아무 데다 두거나 창문을 자주 열어두고 기계류도 함부로 쓰는 나와 이와 정반대인 남편
그런 중에 한 가지 비슷한 점이 있다면 오래된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2003년도에 언니에게 선물 받은 나팔바지는 바짓가랑이를 한번 찍어먹고 수선실에서 꿰맨 후 다시 입고 있고 손목이 해어서 너덜한 옷을 아직도 입고 있다.
남편의 경우 10년이 넘게 신은 신발을 재작년에 한국에서 밑창만 바꾸고 계속 신고 있고 옷들도 10년을 넘기는 셔츠들로 가득하다.
내가 버리지 못한 그 옷들은 언니가 소중하게 여기다 준 것들이거나 새로 사준 옷들이었고, 마음에도 들뿐더러 좋은 옷들이라 함부로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워낙 쇼핑을 안 좋아하는 남편의 경우 한국에 다녀갈 때면 발에 잘 맞는 신발이 있으면 같은 것을 여러 켤레 사고, 셔츠도 같은 디자인에 색깔 만 다른 것으로 사 왔다고 한다. 어머님과 같이 가서 산 물건들이라 가격대도 어느 정도 되는 품질 좋은 상품들이기에 독일에서 사는 물건과는 비교되지 않게 마음에 든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소중하게 가지고 다닌 물건들은 내가 캐나다에서 1년 동안 살 때도, 그리고 지금 독일에서 사는 동안에 잘 사용하게 있다.
어떠한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어느 한켠에 간직하면서 종종 사용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 물건에 대한 소중함일까 아니면 선물로 준 혹은 사준 사람에 대한 소중함일까??
그 물건들을 처음 받아서 사용했을 때의 기쁨을 잊지 않고 싶기에 버릴 수 조차 없는 걸까..?
넷플릭스에 상영 중인 정리하는 방법을 어드바이저 해 주는 프로그램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물건이 바로 추억이 담긴 물건이다.
어쩌면 현 인류의 거대한 소비성향의 한 구석에서 는 그래도 가장 소중하게 자리잡고 있는 추억을 간직한 물건에 대한 감정이 있어 우리의 삶을 조금이나마 물질만능주의 속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있나 보다.
오랜만에 단기 여행을 떠나면서 언니에게 받은 10년 된 바지와 신발을 신고 어머님께 받은 스카프로 한껏 멋을 부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