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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염에 걸린 고양이

나의 무지로 고통받은 슈무지..

by 하스텔라 Jan 19. 2025

이제 몇 달 뒤면 5살이 되는 어엿한 성묘 슈무지.

유별난 내 성격 때문에 슈무지는 꽤 병원을 다녔는데, 갈 때마다 듣는 말!

"Sie ist kerngesund!"
(아이는 뼛속까지 건강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얼마나 으쓱하고 기분이 좋은지 :)

내 새끼가 최고다!!!내 새끼가 최고다!!!


밥도 늘 잘 먹고 화장실도 잘 가고 잠도 잘 자고 사냥도 잘하는 건강하고 무탈하기만 했던 삶.


며칠 전부터 화장실을 유난히 자주 들락거리고, 또 오—랜 시간 있으며, 치우려고 확인을 해보면 찾기도 쉽지 않을 정도의 콩알만한 소변을 보는 모습을 목격했다.

자주 가는데 아주 콩알만큼만 쉬를.. :(자주 가는데 아주 콩알만큼만 쉬를.. :(

원래는 하루에 3번 정도의 쉬를 하고, 한번 응가를 하는 아주 건강한 루틴이었는데, 며칠 동안 화장실을 하루에 거의 20번 넘게 들락거리고, 소변의 양이 너무나도 적은 탓에 큰일이 난 건가 싶어 찾아봤더니.. 충격


브런치 글 이미지 3

소변에 피가 섞여있지 않고, 소변 실수는 하지 않았지만, 그 외의 증상은 전부 갖고 있다.


아.... 슈무지는 지금 방광염이 생겼구나....

방광염... 왜 갑자기 방광염이 생겼지?



브런치 글 이미지 4

유전적인 요인과, 스트레스 그리고 비만 또는 활동량이 적어지거나 음수량이 부족한 고양이들에게서 발생하는 질병.


슈무지는 유전적인 요인은 없는데.. ’왜 갑자기 스트레스를 받았지?‘, ‘비만은 더더욱 아닌데?‘ 라고 생각해 보니, 요즘 들어 자주 발생했던 사건들이 떠올랐다.



옆집 고양이들의 잦은 방문

동네에 총 7마리의 고양이가 사는데, 독일냥이답게 전부 산책냥이 들이다. 물론 슈무지도 마찬가지.

특히 우리 집 앞에는 큰~ 정원이 있기 때문에 동물들 사이에서는 아주 핫플이 따로 없다. 고슴도치 가족도 이미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터를 만들었으며 새 둥지는 물론이고, 고양이들도 자주 들락거리며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가끔씩 우리 집 앞까지 오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슈무지는 경계하기 바빴다.

"여긴 우리집이야!!" 라는 듯.


지난 며칠 동안, 그 아이들이 우리 집 테라스에 떡 하니 앉아 슈무지를 기다리는 듯한 행동들을 자주했는데, 그로 인해 슈무지가 새벽에도 보초를 서기 시작했다. 꼬리 펑!과 함께 불쾌한 기분을 표시하면서..


참나... 이쁜 건 알아가지고 자꾸 찾아온다. (나한테만 이쁜가…?)

아이 귀찮아!아이 귀찮아!


원래는 나와 같은 시간에 잠이 들고, 비슷한 시간에 잠이 깨는데 유난히 요즘에 새벽 4시면 눈을 뜨고 보초를 서러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너무나도 적극적인 이웃집 고양이들 탓에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은 듯 하다.


그런데… 그렇기엔 …. 방광염의 증상 3일 전부터 생겼는데… 3일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 생각해 보니.



사료의 변화

아차.. 내가 사료의 양을 늘리고 주는 횟수를 줄였구나.


원래의 루틴:

- 5시 건사료 10g

- 7시 건사료 10g

- 13시 충분한 물과 습식

- 18시 건사료 10g

- 21시 건사료 10g

총 4번에 나눠서 40g을 주고, 습식을 13시쯤에 따뜻한 물이랑 섞어서 줬는데, 너무 적게 먹는 건가 싶어..


변화:

- 6시 30g

- 18시 습식

- 21시 건사료 30g


잘 먹길래, '어머.. 이걸 다 먹네? 얘가 지금까지 너무 적게 먹어서 배고팠나 보다..' 했는데, 웬걸 사료량이 너무 많았다 보다.

4년 넘게 소식하던 슈무지가 갑자기 하루에 먹는 양한 끼에 먹었으니 탈 날만도 하다..


이렇게 사료와 스트레스가 결합되면서 슈무지가 방광염 증상을 보였던 것이다.



우연히 마트에서 장 보는 중에 수의사쌤을 만나게 되어서 상황을 설명했더니 알게 된 또 한 번의 충격적인 사실..


내가 늘 구입했던 고양이 사료가 고양이에게는 정크푸드였던 것이다. (사람 음식으로 치면, 감자튀김이나 냉동피자 같은 류..) 좋은 사료라고 하길래 비싼 돈 주고 샀던 건데.. 사실은 영양분이 하나도 없는 밀가루와 설탕 그리고 곡물 덩어리였다니..


전 세계적으로 판매가 되고 있지만 원가절감으로 인하여 사료의 질은 더 나빠졌지만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는 기형적인 브랜드라고 한다. 배신감이 드는것도 잠시 갑자기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죄인이 된 느낌이 들었다.


하.. 맙소사..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결국 체크목록은:

고기의 종류가 정확히 쓰여있는가?
고기함량이 높은가?
곡물함량이 전혀 없다고 쓰여있는가?

이다.

그리고 건사료보다는 습식사료가 더 좋으니 적어도 5:5 비중으로 급여를 하는 것이 좋다.

라고 덧붙여서 말을 해 주고는 유유히 떠났다.


이제 슈무지의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사료 양을 적절히 조절해줘야 한다.


불쌍한 내 새끼.. 나의 무지함으로 인해 아이가 아프다는 사실에 너무 속상하다.  

슈무지가 다시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안하다…!!미안하다…!!

참조:

수의사가 알려주는 고양이 방광염 증상, 치료 및 예방법 - 핏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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