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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비 Apr 05. 2022

내 맘처럼 안 되는 날

주작이 있을 수 없는 그림이야기

    *인스타툰을 꾸준히 연재하는 사람으로서 소재를 매번 떠올리는 게 힘들 때가 많습니다. 이상하게도 반려견인 별이는 어디로 튈지 몰라 항상 신선하고 재미있는 소재 덩어리인데도 말이죠. 

    사실 소재를 떠올리면 아직 내 그림 실력으로 구현하기 어려울 거 같은 이야기들이나 머릿속에 스케치가 그려지지 않는 소재를 뒤로하다 보면 노다지 같던 소재 창고가 금세 바닥을 드러냅니다. 의외로 소재가 없다는 뜻이죠. 모든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내지 못하는 제 그림실력의 한계를 다시금 깨달으며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하는 구간입니다. 노다지 같던 소재 창고의 고갈은 매번 소재를 고민하게 하는 큰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또 다른 이유를 떠올리자면 그냥 그런 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독하게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하루. 사진첩을 다시 뒤져보고 별이와의 추억을 다시 떠올려봐도 머리가 새하얗기만 한 날. 그럴 땐 괜히 가만히 있는 별이보고 '뭐 그릴까? 뭐라도 던져줘 봐~'하면서 애원 아닌 애원을 하기도 해요. 괜히 간식으로 장난을 쳐보기도 하고, '물어와!'를 시켜보기도 하고, TV에서 보았던 반려견들의 개인기를 시켜보기도 하지만 절대 꿈쩍할 별이가 아닙니다. 오히려 저 멀리 달아나 '히융' 하는 한숨 소리와 함께 등 돌리고 엎드려버리고 말아요. 가슴 아픈 외면의 순간입니다. 스멀스멀 다시 별이 주변에 다가가 뭐라고 해보자며 부탁을 해보지만 역시나 제 맘대로 될 리 만무하겠죠?

    이런 그림을 그릴 때면 창작자의 욕심일까요?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주작이라도 해서 재미난 에피소드를 뽑아보고 싶지만 별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제 이야기는 주작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거짓말로 지어내기엔... 제 그림 상상력은 거짓말의 판타지에 따라가지 못하는 못하는 극 사실주의 그림이라... (본 그대로만 그릴 수 있는 그림실력도 한 몫합니다.) 소설이 아닌 별이와의 실제 스토리를 따뜻한 눈으로 담는 것이 제 이야기의 주된 목표이자 장점이기에 소재에 대한 갈망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저 별이의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그림에 정진하는 것이 지금 제가 해야 할 노력이겠죠?

    

주작이 없는 극 사실주의 우당탕탕 행복한 별이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인스타툰:SNS 인스타에서 짧은 만화나 일러스트를 연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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