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리는 희망의 모습

[파 프롬 헤븐(Far from Heaven)]

by 조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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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헤인즈(Todd Haynes) 감독의 <파 프롬 헤븐(Far from Heaven)>은 1950년대의 미국사회의 시대적 배경을 통해서 인간이 맺는 운명적 만남을 그리고 있다. 캐시[Cathy, 줄리안무어(Julianne Moore)]가 직면한 일상의 파장과 고뇌, 레이몬드[Raymond, 데니스 헤이스저트(Dennis Haysbert)]를 통해 깨닫는 삶의 가치, 그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캐시의 삶의 변화는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속에서 도피할 수 없는 현실의 자화상과 이를 극복하려는 결연한 행동양식을 펼쳐보이고 있다.


아무런 부족함 없이 행복한 현실의 삶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만발한 캐시의 정원에서 캐시와 정원사 레이몬드는 처음 만나게 된다. 이들은 상처받은 삶의 작은 위안으로 시작되어 진정한 삶의 가치를 보게 되면서부터, 거부할 수 없는 상대의 존재를 통하여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며 비로서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발전적 관계로 맺어지며 이의 근원에는 삶의 안식처가 되는 가족 간의 정과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잡고 있다.


캐시와 레이몬드의 만남의 의미는 캐시 자신에게 익숙한 천국의 모습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 시기에 비롯된다. 명성과 부를 함께 갖추어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편 프랭크[Frank, 데니스 퀘이드(Dennis Quaid)], 겉으로는 문제가 보이지 않는 평안해 보이는 가정에는 기쁨과 행복만이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동성애적 사랑을 찾아간 프랭크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캐시는 행복한 삶의 절정기에 위기를 맞는다.


캐시가 대면한 균열된 천국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알게 한 레이몬드라는 천국, 그러나 이는 1950년대의 미국사회가 부응해 줄 수 없는 천국의 모습이다. 당시 흑인들은 군대, 공립학교, 공공장소, 공공시설 등에서 백인과 유색 인종의 분리를 내용으로 한 ‘짐 크로(Jim Crow)법’의 영향하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 인권과 자유가 제한된다. 캐시와 레이몬드가 그들의 만남을 지키기 위해 인종차별이라는 당시의 상황을 거부할 만큼 현실의 벽은 낮지 않다. 가족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엮어가는 이들의 관계에서 전통적인 관습에서의 가족의 역할,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에 대한 타인의 시선이 만들어낸 도덕적, 인종적 차별, 삶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는 이들의 사랑을 흔들리게 하는 갈등의 요소로 작용한다.


캐시는 레이몬드의 딸 사라(Sarah)가 받은 상처와 신변위협으로 다른 도시에서 살아야 할 거 같다고 말하는 레이몬드에게서 잠시 넘을 수 없는 사랑의 벽에 직면한다. 또한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레이몬드와 대화할 때 비로소 자신의 삶이 무언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을 고백했을 때 가장 친한 친구조차 캐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대면한다. 캐시가 간신히 발견해낸 천국이 동시대의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의 천국과는 너무나 다른 곳에 있어 캐시의 상황이 행복할 수 있다고 이해받고, 인정 될 수 없는 것이다.


균열된 틈속에서 새로운 빛으로 다가온 천국의 모습과 캐시는 다시 멀어진듯하다. 그러나, 캐시는 고통스러운 변화속에서 새로 일구어내야 하는 천국의 모습을 맞이 위해 다시 일어서야 하는 삶의 지표를 찾아야만 할 것이다. 이런 그녀에게서 가식적인 천국의 이미지를 씻어내고 고통을 이겨내고 삶을 성숙시킬 수 있으리란 의지를 볼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삶의 상징인 자신의 스카프를 결연한 의지로 다시 묶은 캐시가 진정한 의미의 천국에 대한 해답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이 마냥 행복한 천국이라면 우리는 궁극적으로 원하는 천국의 모습을 만들기 위하여 가끔 만나게 되는 산등성이를 넘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희미하지만 거기 보이는 빛에 가까이 가고 있다면, 우리만의 소중한 천국의 모습을 보기 위해 조금 느리더라도 다가설 수 있다면, 천국과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