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스필드 파크(Mansfield Park)]
우리는 때때로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 기로에 서서 지나간 시간을 반추하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기도 한다. 하얀 박하사탕과 분홍 빛을 띠는 사탕 중 사탕고르기, 크기로 비교하여 더 큰 사과 고르기, 옷 색깔 고르기, 식사 메뉴 고르기, 진로의 선택 등 작은 것에서 큰 것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문을 지나가야 한다.
영화 맨스필드 파크(Mansfield Park)는 1814년에 출간된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패니[Penny, 프란시스 오코너(Frances O'Connor)]의 유년시절부터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하는 시간을 통해 19세기 영국의 시대적 배경과 결혼의 가치, 맨스필드 파크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양식과 부조리한 가치들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가난하고 궁핍한 생활을 하던 패니는 부유한 친척이 있는 맨스필드 파크에 있는 버트램 가족에 의해 부양된다. 부유한 남편 버트램 경 덕분에 마약에 취해 있는 그의 부인, 술에 취해 살고 있는 큰 아들 톰, 정직하고 성실한 태도로 목사가 되려는 둘째 에드먼드, 여유있는 매일의 생활을 보내고 있는 두 자매와 같은 저택에 살며 패니는 글쓰기를 습작하며 자신의 열정을 쏟고, 에드먼드와 생각을 교류하며 자신만의 삶의 가치관을 형성하며 성장한다.
패니가 살고 있는 공간은 내적으로는 자신의 생각과 열정을 사유할 수 있지만 외적으로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온기 없는 방이다. 이는 당대의 빈부로 차별된 계급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며 가난한 신분으로 친척집에서 적어도 궁핍한 생활을 모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부유한 친척들과의 대화의 장에 함께 참여하지 못하는 장면도 계급사회의 위선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에 반하여 패니는 가난하게 살고 있는 여동생에게 이야기 편지를 쓰고, 에드먼드와의 지적 교류를 통해 자신의 지성을 성장시키고, 생각을 피력함으로써 내적인 열정을 지니고 살아간다.
이러한 패니의 삶에 런던에서 온 크로포드 남매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헨리와 그의 누이 메리가 버트램 가족과 함께 하면서 그들의 제안으로 패니는 사교계에 데뷔하게 되고,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지적 통찰력과 아름다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게 된다. 나아가 패니에 대한 헨리의 구혼, 패니가 사랑하는 에드먼드가 메리에게 끌리게 되며 갈등이 고조된다.
헨리의 구혼에 대해 패니는 선택의 문제에 당면한다. 패니의 선택은 삶의 양과 질을 차별화하는 것을 떠나, 헨리와의 결혼이 가져올 수 있는 풍요로운 생활이 얼마나 패니에게 호기일 수 있는 지를, 패니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 지를 가늠하게 해주며, 결코 위선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가족의 품으로 간 패니와 가족들과의 잠시동안의 생활로 알 수 있다. 그러나, 패니의 존재를 통해 삶 속 사랑의 가치를 인식하는 에드먼드와 에드먼드에 대한 감정에 용기있는 결정을 선택하는 패니의 변화는 현대적 가치관에 대해서도 찬란한 빛을 발산시킨다.
폭풍과도 같은 혼란기가 지나가고, 맨스필드 파크 사람들의 평화로운 삶은 19세기 영국의 사회제도, 노예제도, 결혼관과 그 이면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오늘도 각자 당면한 문제 앞에서 확신에 찬 대답을 찾기 위해 서성이는 우리들의 거울이 되고 있다. 패니가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오'를 말했기 때문이 아니라, 비와 폭풍우 속에서도 인내할 줄 알며 스스로 만든 결실을 선택하였기에 당대 영국사회에서 진보적인 여성상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영국식 전원풍경과 시민생활에서 패니가 보여준 유쾌한 결정, 지적인 통찰력과 거침없이 일상을 일구어내는 아름다운 모습이 돋보이는 것은 인내보다는 순간적인 것에 의해 가치척도를 두게 되는 현대사회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었던 용기가 빛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