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있어

[에이. 아이.(A.I.)]

by 조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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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토마스 스턴스 엘리어트(Thomas Stearns Eliot)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시작되고 있다. 쿠마의 무녀가 새장 속에 매달려 있었는데, 아이들이 무녀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물었다. 이 무녀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언자 시빌이고, 그녀는 아폴로 신에게서 영원한 생명을 부여받았으나 동시에 영원한 젊음을 유지한 채 살게 해달라는 것을 잊었다.


유한한 삶이기에 할 일도 많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고, 그 무언가를 대상으로 욕심도 나고, 집착도 생긴다. 그래서 때로는 양적인 것만을 추구한 채, 그 양에 대한 알맹이의 가치를 망각하여 탐욕의 노예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인간은 더 이상 물질적 풍요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과학기술의 고속 발전으로 형성된 문명생활 속에서 인류는 지구가 가지고 있는 천연자원이 고갈되면서 감시받는 환경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데이비드[David, 할리 조엘 오스몬드(Haley Joel Osment)]는 11살이다. 밤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고, 진짜 사랑을 믿고 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진짜가 아니다. 미래의 지구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감정을 가진 최초의 인조인간으로 탄생한 데이비드는 헨리가족의 집에 입양된다. 하지만, 입양된 가족에 대해 사랑을 바라게 되면서 파양되고, 다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되찾기 위해 간절하면서도 처연하게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서라도 인간의 유한한 시간의 세계로 진입하려 하면서 모든 것을 느끼고 싶어하는 데이비드가 전하는 가족의 사랑에 대한 절대적인 갈망은 살아 있는 시간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운다. 이를 통해, 삶은 각자가 정한 시간 안에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해진 시간 안에 존재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래의 지구에서도 인간들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일상의 시간 속에서 희노애락을 통하여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데이비드가 탄생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데이비드가 언급한 “인류는 미술, 시, 수학 공식으로 삶의 의미에 대한 무수한 해석을 했었어요. 당연히 인류가 존재하는 의미의 단서일 것이 틀림없지만, 인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어요”라는 말이 쉽사리 귓가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인류가 사랑의 가치에 대해 망각하기 시작하면서, 데이비드는 인류가 존재하는 것의 의미를 인간에게서 느껴지는 사랑을 통해 꿰뚫어보았다. 살아있다는 지금의 존재의 의미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여전히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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