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매너

[엠퍼러스 클럽(The Emperor’s Club)]

by 조이주
엠퍼.jpg

몇 해전, 초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담임 선생님께서 이제 교장 선생님이 되셨고, 지난 시간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밀려왔었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내용들이 절실하게 와닿지 않았지만, 점점 시간이 흘러 세상 속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당시에 들었던 말씀들의 의미를 하나하나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은 시간이 흘러 단지 추억 속에만 머물러 있는 분이 아니라는 것, 보고픈 추억과 더불어 가끔 직면하는 문제를 넘어갈 때 마다 힘나게 하는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영화 엠퍼러스 클럽(The Emperor’s Club)은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 윌리엄[William, 케빈 클라인(Kevin Klein)]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학생 셰즈윅[Sedgewick, 에밀 허쉬(Emile Hirsch)]의 사제지간의 이야기를 통해 도덕적 가치와 삶의 문제를 대처하는 방식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윌리엄은 사회의 리더들을 많이 배출한 전통있는 세인트 베네딕트 기숙학교에서 열정적으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역사가 어떻게 학생들을 기억하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수업을 시작하고, 해마다 줄리어스 시이저라는 시험대회를 주최하며 헌신적으로 교육하는 교사이다. 하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학생 셰즈윅이 성취감을 느끼며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줄리어스 시이저 시험대회에서 출전할 선발시험에서 원래 3위를 했던 마틴 대신 4위를 한 셰즈윅을 3위로 만들면서 교육적 윤리를 기만하게 된다. 이의를 제기하지도 못한 채, 교정의 나무그늘아래에서 의기소침해 있는 마틴을 향해 위로와 용기를 북돋우지도 못하는 윌리엄은 자신의 양심의 부재에 대해 책임져야 할 시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셰즈윅은 기만과 위선을 도구로 명예와 권력을 획득할 수 있다는 부류의 세상을 대변한다. 자신에 대한 윌리엄의 순수한 헌신적 관심을 배신하고, 속임수를 사용하여 줄리어스 시이저 시험대회에 임하였던 셰즈윅은 25년이 흘러, 당시의 동창생들과 윌리엄을 자신의 리조트에 초대하여 줄리어스 시이저 대회를 재현한다. 다시 속임수를 사용하여 명예를 회복하려 하며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하는 셰즈윅은 도덕적 가치를 상실한 인간군상이다.


영화는 부패가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도 인간의 양심은 살아있으며 진실이 전하는 힘의 가치를 전달해준다. 25년전 줄리어스 시이저 최종 선발시험에서 3위는 마틴이었음을 고백한 윌리엄, 자신의 아이를 윌리엄에게 교육시키려는 마틴, 셰즈윅과 윌리엄의 어두운 진실의 대화를 들은 셰즈윅 2세가 셰즈윅를 바라보는 표정은 윤리적 기준의 상실을 딛고, 도덕적 양심은 살아있다는 희망의 새싹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진실이 마틴의 인생에 엄청난 힘의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는 간절한 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교육자로서 윌리엄은 그토록 오랫세월 동안 외면해왔던 것일까? 윌리엄이 “잔디가 없는 잔디밭으로 가지 말고, 곧은 길로 가라”고 언급한 것처럼, 미래의 자화상과 꿈을 바로 그 새싹 위에서 실현시킬 수 있다는 희망의 소식을 다시 펼쳐보면서 마틴의 뜻깊은 용서와 용기에서 희망찬 노래를 들어본다.

이전 03화지금 여기 있어